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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 고사리’
임금님께 진상했던 ‘궐채’… 예부터 귀한 대접
4~5월 제주 중산간에는 채취객으로 ‘인산인해’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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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라일보DB

소방당국 이달부터 ‘길 잃음 사고 주의보’ 발령

봄을 시샘하는 비가 자주 내린다. 옛날 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제주는 봄에 비가 많이 온다고, 이 비가 산과 들에 부슬부슬 내리며 새싹들을 쑥쑥 자라게 해준다고, 그게 바로 '고사리 장마'라고.

고사리 장마 덕분에 초록빛 넓은 들판과 한라산 능선이 만나는 중산간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옷을 입고 있다. 특히 이맘때가 고사리를 꺾기 위한 발길로 가장 북적이는 시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고사리축제는 취소됐지만, 너른 중산간에서 '봄'을 따는 것만큼 안전한 야외활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에게 진상하던 제주 고사리=과거 제주 고사리는 '궐채(蕨菜)'라는 이름으로 임금님께 진상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현재도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며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제주 고사리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벳(볕)고사리'와 '자왈(숲·흑)고사리'다. 벳고사리는 목장에서 자리는 고사리이며, 자왈고사리는 덤불이 있는 곳에 자라는 고사리를 말한다.

벳고사리는 햇빛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길이가 짧고 통통해 집에서 볶아 먹기 좋고, 자왈고사리는 음지에서 굵고 길게 자라기 때문에 조상께 올릴 제사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고사리 잎사귀가 많이 피어난 것은 피해야 한다. 제주사람들도 "고사리 세었져"라며 먹지 않았다. 자왈고사리의 경우 길이가 한 뼘 정도 자란 것이 가장 적당하다. 또 고사리는 제사용 나물이므로, 무덤에서 자란 것도 먹지 않는다.

고사리를 따는 것만큼 잘 삶는 것도 중요하다. 고사리에 있는 독성을 빼기 위해서다. 보통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으면 되지만 늦게 딴 고사리라면 좀 더 시간을 둬야 한다. 삶은 고사리는 건져서 물기를 빼고 식혀야 하는데, 이때 물에 담그면 고사리의 향이 떨어질 수 있어 최대한 헹구지 않는 게 좋다. 오래 두고 먹을 고사리는 한 번 삶은 뒤 햇볕에 잘 말려 보관하면 된다.

중산간 지천에 고사리가 피어 있지만, '고수'들 사이에서는 각자의 명당이 있다. '고사리 명당은 며느리나 딸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주에만 있는 '길 잃음 주의보'=고사리 채취는 마을에서 가까운 언덕이나 오름, 벌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고사리 꺾기 명당을 찾기 위해 땅만 보고 걷다 '길 잃음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안전사고는 212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3건(62.7%)이 고사리 채취 시기인 4~5월에 집중됐다. 유형별로 봐도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113건(53.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오름 등반 59건(27.8%), 올레·둘레길 탐방 40건(18.8%) 순이다.

이에 따라 제주소방은 지난 1일부터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어 제주자치경찰단도 실종사고 예방을 위해 고사리 채취객이 많은 중산간 지역 16곳을 선정해 순찰을 벌인다. 고사리 사랑이 유독 강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 시기에는 사고 위험이 높은 오후 4~6시쯤에 '귀가 사이렌'을 울리고 '길 안내 리본'도 곳곳에 설치된다. 또 길 잃음 사고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제주시 구좌읍은 제주에너지공사와 경찰, 소방 등과 함께 안심 식별번호 표시 사업을 실시한다.

제주소방 관계자는 "고사리 채취에 나설 때는 항상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 호각 등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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