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여성사적 관점 연구 확장 필요"

"제주4·3 여성사적 관점 연구 확장 필요"
4·3연구소 '4·3과 역사' 20호 기획 특집·학술대회 논문 등
"당시 제주 사회 심층 연구… 복잡한 지형 충분히 살펴야"
  • 입력 : 2021. 03.28(일) 15:3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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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하에서 한반도 전체적으로 유례가 없는 무장봉기가 제주에서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 지역사적 측면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 소장 허영선)가 내는 4·3관련 전문 학술지 '4·3과 역사' 제20호(2020년)에 실린 논문 중 하나인 '제주4·3연구의 방향과 제주4·3연구소의 역할'에 담긴 내용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을 지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이 글에서 "연구자들은 대체로 제주4·3 자체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들에게 있어서 제주도민들은 4·3 시기에 피해자로서 인식된다"며 "그러나 장기 지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가령 북한에서 공산당의 핍박을 받고 월남한 사람들인 서청단원, 빨갱이로 몰려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6·25 당시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제주 청년들, 피해 유족들의 4·3트라우마가 규정하는 이념적 성향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제주 사회가 어떤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지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단독정부 수립 반대를 내세운 무장항쟁을 벌인 것인지 등 제주 사회에 대한 심층적 연구도 제시했다. 또한 가해자의 편에 섰던 군경과 서청 관계자들, 피해자와 가해자 그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고 살아갔던 민간인들, 개신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의 동향 등 복잡한 지형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사적 관점의 확장도 주문했다. 주 교수는 "구체적으로 당시 여성들이 4·3에서 수행했던 역할, 생명의 위협은 물론 성적 피해의 위협을 겪어야 했고 견뎌내어야 했던 그들의 삶과 존재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그들이 남자들의 부재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갔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호에는 이와 함께 기획 특집으로 '빌레못굴 그 끝없는 어둠 속에서'를 실었다. 70여 년 만에 빗장을 연 빌레못굴에서 4·3연구소 등은 그날의 흔적을 보여주는 사진들과 참가자들의 후기, 빌레못굴 체험자 2인의 구술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전하고 있다.

기획논문1에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한국전쟁 발발 70년과 제주4·3-평화를 위한 접근' 등 한국전쟁 70년과 4·3의 의미, 4·3연구의 향후 방향을 짚어낸 글을 묶었다. 기획논문2에서는 4·3연구소가 2020년 12월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의 '제주4·3·여성·삶: 구술생애사적 접근', 이동현 4·3연구소 연구원의 '4·3유적 관리실태와 보호 방안-유적지 전수 조사를 중심으로'를 담았다. 일반 논문으로는 석사학위 논문 두 편을 소개했다. 김신약(장로회신학대학교)의 '제주4·3과 개신교: 봉개지구 재건과 함명교회 설립을 중심으로', 고경아(부산대학교)의 '제주지역 고등학생의 제주4·3 인식과 평화·인권교육 방안'이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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