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시신 없는 제주4·3 수형행불인 첫 무죄 구형

[1보] 시신 없는 제주4·3 수형행불인 첫 무죄 구형
검찰, 故오형률씨 10명 재심 1차 공판서 무죄 선고 요청
"내란죄 등 입증할 아무런 증거 없어 실추된 명예회복 하길"
  • 입력 : 2021. 01.21(목) 11:3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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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수형인에 이어 제주 4·3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행방불명된 피해자에 대해 검찰이 사상 첫 무죄를 구형했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201호 법정에서 열린 故오형률씨 등 4·3행불인 10명에 대한 재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행불 수형인은 4·3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과 1949년 내란 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뒤집어 쓰고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았다. 이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생사를 알길 없이 행방불명됐다.

검찰은 구형 전 최종의견에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은 국방경비법과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지만, 이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 없다"며 "이번 재판으로 피고인들의 생사 여부도 모른채 70년을 기다린 재심 청구인들의 마음의 짐이 조금이라도 덜고,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며 아픔과 고통도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3행불인에 대한 검찰의 무죄 구형은 제주 4·3 70년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변이 없는 한 재판부는 검찰의 무죄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김두황(93)씨 등 생존수형인 8명에 대한 검찰의 무죄 구형이 있었으며,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수용해 사상 첫 무죄 선고를 내렸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자 법정을 가득 메운 유족들의 박수를 쳤다.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해 11월30일 故오형률씨 등 4·3수형행불인 유족 10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를 인용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개시를 가를 가장 주요한 쟁점은 4·3행불인이 법적으로 사망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지이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청구는 유죄를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된 자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했을 땐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만 할 수 있다.

재판부는 4·3행불인이 이미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심 청구 대상이 된 행불인 10명이 지금까지 모두 살아있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어린 행불인의 나이는 86세, 가장 연로한 행불인의 나이가 106세"라며 "당시의 평균 수명이 현재의 평균 수명에 크게 못 미쳤던 점, 처우가 매우 좋지 않은 수감자 신분 상태에서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생존하기 힘들 것으로 보있는 점들을 비춰보면 행불인들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상식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4·3행불인들이 만약 살아 있었다면 지금껏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을 끊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원고들이 제기한 재심 청구가 적법하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재심을 청구한 4·3행불인 피해자는 350여명이다. 이날 검찰의 무죄 구형 나머지 행불인 재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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