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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2020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광평교~농로길~하천길~삼나무숲길~돌오름~서영아리오름~마보기오름~포도호텔 입구
안갯속에서 만난 자연의 색다른 선물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0. 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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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서영아리. 강희만기자

여름 제주의 아름다운 들꽃 한가득
물 고여 신령스러운 서영아리 장관

무더운 일상 벗어나 숲으로 향한 길

해마다 이맘때면 누군가 매섭게 나를 노려본다. 이글거리는 눈빛에 까만 뒤통수까지 뜨겁고 눈을 마주쳤다간 한동안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오래 같이 걸으면 피부도 까맣게 익어버린다. 그 이름도 다채로운 햇빛, 햇볕, 햇살, 뙤약볕, 태양. 언제면 완연한 가을이 올까, 선선한 바람이란 말은 들어나 봤던가 싶은 이 미친 더위.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지만, 전투적인 산행길에 오르는 것도 여름을 보내는 방법일테다.

지난 8일 진행된 올해 6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의 광평교에서 시작해 삼나무숲길, 돌오름, 서영아리오름, 마보기오름을 거쳐 포도호텔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번 6차 에코투어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개가 짙게 깔렸다. 광평교에서 출발해 10분쯤 걸으니 질펀한 농로길과 마주쳤다. 큰 물웅덩이가 있어 옆길로 돌아가야 했는데, 돌아가는 그 길도 물웅덩이라 가시덤불과 나무를 후려쳐가며 물웅덩이 곁을 기어갔다. 이어지는 하천길은 습기 때문에 미끄러워서 꽤나 집중해서 걸어야 했다. 자연스레 얼굴에 오만상을 쓰며 한창 걷고 있는데, 옆에선 자꾸만 '무슨 꽃', '무슨 버섯'인가를 본다. 처음으로 마주친 꽃은 귀한 연보랏빛을 띈 '잔대꽃'이었다. 초롱불 등이 초록 나무에 걸려있는 듯 했는데, 숲이 우거져 그늘진 곳에서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한다.

사진 왼쪽부터 타래난초, 잔대꽃

또 조금 걷다 '큰도둑놈의갈고리'를 만났다. 여름 제주의 산과 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야리야리한 들꽃이다. 무릇 생명체는 이름 따라 살아간다던데, 무슨 연유로 이 예쁜 꽃을 그리 작명했을까 싶었다. 또 잠시 뒤 바위 틈에 조그마한 버섯이 보인다. 이제 막 개화해 민낯을 보이기가 쑥쓰러운 꽃처럼 자그마하다. 이름은 '방귀버섯'. 어쩜, 참 너무하다. 동그란 부분을 양손으로 누르면 입을 벌리며 뽀얀 물체가 나와 방귀버섯이라 부른다지만, 숲길 트레킹 중 만난 야생 버섯을 손으로 누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엄마가 내 이름을 이리 지었다면 난 분명 울었을 거야.'

삼나무숲길

하천길을 지나 NB둘레길이라 불리는 평평한 삼나무숲길을 걸었다. 질서있게 도열한 삼나무 장병들을 봤으면 좋았을테지만, 더욱 짙어진 안개 탓에 곁에 있는 삼나무들과 눈인사를 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삼나무숲길을 지나 돌오름에 올랐다. 돌오름은 제주의 오름 중 가장 늦게(2600년 전) 만들어져 막내 오름이라는 '설'이 있다. 돌오름 중턱 쯤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오름을 올랐다. 평평한 길은 아니었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돌오름에서 내려와 다시 삼나무숲길을 지나 '서영아리오름'으로 향하던 중 노루와 마주쳤다. 사람을 만나는 게 익숙한지, "쟤는 또 왜 왔어?"라는 표정으로 땀에 젖은 나를 쳐다봤다. '몰라, 나도 여기 왜 있는지'. 물론 날이 매우 더웠던 탓이다.

서영아리오름은 동쪽 물영아리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서(쪽) 영아리라 불린다. 서영아리오름은 이날 걸은 길 중 가장 가팔랐다. 남은 종아리 근육의 텐션을 한껏 끌어올려야 했다. 커다란 바위 사이를 거의 손과 엉덩이로 기어오르고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큰도둑놈의갈고리꽃

방귀버섯

한참 오름 중턱을 걷다 앞서간 일행이 나무를 비집고 들어가 멈춰섰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어서 와, 내가 오늘의 주인공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서영아리 습지다. 서영아리는 '물이 고여있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이다. 안개 덕분에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욱 살아났다. 은도끼를 든 신령님이 나올 것만 같은 비밀의 숲. 잠시 서서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숲의 기운을 느꼈다.

천신만고 끝에 야트막한 마보기오름 등반을 끝으로 에코투어를 마무리했다. 100m 건너편에서 적들이 진군해와도 모를 듯 진한 안개에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과자 부스러기를 놔두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싶은 험하고 낯선 길이었다. 무더위가 절정인 한여름, 하루쯤은 도심 아스팔트 열기를 받으며 지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색다른 선물을 받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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