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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11)제주의 전염병(하)
"피 끓는 젊음도 공동체를 위해선 잠시 접어 주십시오"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0. 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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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많은 사망자 내는 전염병
1946년 제주 호열자 사망자 490명
시민의 안전 위해 때로 자유 유보

#천연두·흑사병… 끊임없는 전염병 위협

세균으로 옮기는 병은 선페스트(흑사병), 결핵, 콜레라, 탄저병, 폐렴, 구균(球菌) 등이 있으며, 이것들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세균 크기의 약 1/1000 정도로 작은 것이고 세균과는 달리 항생제로 치료할 수가 없다.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병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 19, 에이즈, 천연두, 간염, 인플루엔자 등이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둘 다 질병을 유발하고 유전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손을 번식한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은 매우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날지 모른다. 천연두는 이집트에서 유행하다가 기원전 10세기 이집트 상인들에 의해서 인도에 전파되었고, 그 후 2000년간 인도의 풍토병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다 기원전 1세기에는 중국에 상륙하여 맹위를 떨치다가 다시 한반도를 거쳐 6세기경에 일본을 강타하여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이 천연두는 1980년 WHO(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박멸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서민, 2019).

1930년 일제강점기 제주 의료시설이던 전남도립제주의원. 일명 자혜의원. 출처 '사진으로 엮는 20세기 제주시'.

흑사병(Black Death;선페스트)은 14세기 유럽에 몽골군 침입과 함께 대유행하여 유럽 인구의 1/3내지 절반을 잃게 했으며, 중국 또한 1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죽게 했으며 몽골 패망의 원인이 되었다. 이 흑사병 피해는 전세계 약 1억 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한다.

독감은 신석기 시대 이후 돼지, 오리, 말 등의 가축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병이 발생했고, 인플루엔자(influenza) 또한 가축의 독감과도 관련이 있다. 기록상 독감의 최초 발생은 1387년 중세 후기의 유럽에서 있었으며, 1492년 유럽에서 조용히 사그라들었다가 범유행으로 다시 나타난 것은 16세기였다. 18세기에서 19세기 200년 동안 5~10회의 범유행이 있었다. 인플루엔자는 역사적으로 아시아 독감으로도, 혹은 국가의 이름을 따서 스페인 독감으로도 불렸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혼동되어 괴질로도 불렸다. 1918년 인플루엔자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3000만~4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4년 동안 1차 세계대전 사망자 1500만 명의 약 세 배 가까운 숫자이다.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인플루엔자

1918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적 유행을 겪었던 인플루엔자는 서반아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서도 1920년에 유행했다. 당시 신한일보는 "서반아(스페인) 독감이 우리나라에 혹독한 재난[酷禍]을 주었으며, 11월에서 이듬해 1월 22일까지 발병[罹病]자의 수가 5만8784명이고 사망자가 3369명인데 경기도가 대부분을 차지하여, 3만4935명의 발병자에 1560명이 희생됐으며, 피해가 적은 곳이 충청도로 발병자가 20명에 사망자가 2명이었다." 당시 어떤 신문은 인플루엔자를 괴질로도 표현했다. 1920년 8월 11일 서울의 동대문에서 괴질이 발생하여 확산되었는데, 지나가던 전차에서도 괴질환자가 발견되어 급히 순화병원에 수용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경부선 신탄진 정거장에서 괴질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자 충청남·북도의 교통이 빈번한 관계로 엄중히 경계하였는데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제주도에도 이 괴질이 번졌는데 전라남도에 괴질이 발생한 이래로 제주도에 94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고흥군 43명, 목포 11명에 사망한 자가 268명이며, 제주도민 외 면서기 1명이 괴질 방역 중에 병이 전염되어 사망했다.

김강훈의 '황사'(2014).

#1920년 동김녕리에 콜레라 환자

1920년 제주에도 육지와 일본을 오갔던 사람들에 의해 호열자(콜레라)가 발생했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 구좌면 동김녕리에서 7월 21일에 콜레라 환자가 처음 발생하여 8월 4일까지 사망자가 100여 명이나 되었고, 환자 수가 400여 명에 달했다. 일제 경찰서와 자혜원 기타 사설의원에서는 각 해당 지역에 출장하여 급히 방역을 서둘러 호역발생지와 교통을 차단하는데 주야로 노력했으나 그 기세가 맹렬해서 쉽게 소멸되지 않으므로 해당 지역 경찰서에서는 목포경찰서에 협조를 바랐고, 8월 4일 목포 경찰서에서는 방역을 지원하기 위하여 조사관 18명을 제주도에 파견하였다. 호열자는 구좌면 평대리, 한동리, 정의면 성산포 등지에도 호열자가 종종 발생했는데," 11월까지 4개월 간 제주도 호열자 환자는 9434명에 사망자가 4134명에 이르렀다.

호열자는 해방 후에도 제주도를 강타했다. 호열자는 1946년 6월 2일 부산에서 처음 발병하여 남한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호열자는 발병한 지 10일 만에 전국으로 퍼져 진성(眞性:확진자)·의사(疑似:의심) 환자 491명을 기록했고, 사망자가 107명에 이르렀다.

제주도에서 첫번째 호열자 희생자는 발생 초기인 1946년 6월 초 육지에서 장사를 다녀온 애월리 사람이었다. 전염병 발생 보름 만에 제주도 호열자 환자 수는 98명, 사망자는 33명에 이르러 불안이 엄습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계속해서 "호열자 환자는 매일 50명씩 새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며 그 발생 지역은 대부분이 제주시내였고 며칠 전에 검역을 받지 않은 어선이 몰래 상륙한 때문이었다(자유신문 1946년 8월 23일자)." 1946년 여름 당시 남한 환자 총수는 "8월 19일 밤 현재까지 남조선 9도의 총환자수는 1만112명에 이르고 사망자 총수는 6562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서울신문, 1946년 8월 23일자).

미군 24군단 G-보고서에 조사된 1946년 8월 30일자 기준 제주도 호열자 환자수는 708명에 사망자는 369명이었다. 그 해 11월이 되면 전국 호열자 피해의 수치를 알 수 있었다. "금년 여름 남조선에 호열자가 침입하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데 지난 10월 28일 현재, 호열자 환자 상황을 보면 새 환자 발생은 경남에 5명이고 그 외 지구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국 환자 총계는 1만5451명에 이르고 그 중 사망자는 1만18명이 희생될 정도로 인명피해가 컸다. 이때 제주도에서는 총 741명의 환자가 발병하여 사망자가 490명이나 되었다(자유신문 1946년 11월 1일자)." 2개월 사이 제주인 121명이 더 사망하였다.

#바이러스와의 공생(共生)과 사투(死鬪)

생명체와 세균·바이러스는 생과 사를 동시에 아우르는 필연적 관계로 인한 시작이 같음으로써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운명인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병원체는 우리 곁을 맴돌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유행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각국은 모든 행정력과 법령을 동원하면서도 자국의 시민들에게 자유주의의 권리를 일시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조금씩만 양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20년 5월 22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지역감염이 노래방, PC방, 주점 등을 통해 확산돼 이태원발 확진자는 200명이 넘어서자 5월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간곡한 어조로 20~30대 젊은이들에게 호소했다. "비록 스트레스 많은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이지만, 그 피 끓는 젊음도 공동체를 위해선 잠시 접어 주십시오."

스위스 출신의 의학사학자 헨리 지거리스트(Henny Gigerist, 1891~1957)는 전염병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말해준다. "자유는 무질서와 자주 혼동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매우 전문화된 산업화에서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기대고 있으며, 우리는 본질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자유를 희생하는 태도를 배워야만 한다. 공중보건에서 교육은 확실히 가장 중요한데, 그것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뿐만 아니라 대중의 건강을 지킬 법률을 어떻게 통과시키고 준수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김유정 미술평론가(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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