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방치 제주 함덕 와막팟 왓굴 보호책 시급"

"수십년 방치 제주 함덕 와막팟 왓굴 보호책 시급"
강창언씨 '제주박물지'서 문화재 지정 필요성 강조
"판석 삼각천장 전반과 홍교식 후반 축조시기 달라
탐라국시대 유적 추정… 멸실 방지위한 대책 마련을"
  • 입력 : 2017. 08.20(일) 17:0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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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와막팟 왓굴 전경. 와막팟 왓굴은 지상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석요지만 그 가치에 비해 별다른 보호책 없이 방치되어 있다. 사진=강창언 제주도예촌장 제공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는 와막팟 왓굴에 대한 문화재 지정 등 보호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창언 제주도예촌장은 최근 가시아히 출판사에서 펴낸 '제주박물지' 셋째권인 '20세기 답사편'에 실린 '석요(石窯)의 왓굴 소론'을 통해 "와막팟 왓굴은 지금까지 알려진 석요보다 몇 세기를 앞서가는 것으로 멸실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 따르면 함덕리 평사동 와막팟 지경에 있는 왓굴은 서우봉 서편 경사면 끝부분에 축조됐다. 왓굴은 기와를 소성하던 가마를 말한다. 전체 길이 11m에 너비 280㎝, 높이 166㎝인 와막팟 왓굴의 후반부는 무지개를 뜻하는 홍예(虹霓)형으로 천장에서 벽까지 이어지는 형태이고 전반부는 삼각으로 천장을 이루고 있다.

강 촌장은 "좌우 판석 2개로 맞배지붕처럼 삼각을 이루는 천장의 구조나 삼각지붕의 판석을 받치고 있는 한쪽 요벽을 자연암반을 활용해 지지하고 있는 점은 기존 석요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며 "판석으로 된 삼각 천장과 홍교식 천장이 한 채의 가마에서 혼합 축조된 것 역시 현존한 석요들 가운데 고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후반에서 방향, 바닥, 천장까지 약 5도 내외의 차이가 있어 동일한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후반부 홍교식 뒤편은 천장의 면이 세밀하게 축조되어 있는데 이 또한 후대에 연장된 것이어서 최소한 세 번의 다른 시기에 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와막팟 왓굴 축조 시기가 탐라국시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강 촌장은 "전반부의 삼각천장은 고려시대 중기(1272) 것으로 알려지는 항파두성 왓굴과 전혀 다른 양식을 하고 있고 적어도 몇 세기가 올라가는 고식(古式)을 띠고 있다"며 " 그 시기는 탐라국시대로 최소한 제주 전통가마의 시원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 촌장에 의하면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제주도 전역을 조사해 보고된 가마는 노랑굴, 검은굴, 왓굴을 합쳐 43개소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훼손돼 지상 형태가 남아있는 곳은 9개에 불과하고 이중 4개만 제주도문화재로 지정됐다. 나머지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2006년엔 비지정 석요였던 대정읍 인향동의 조롱물 왓굴 1개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와막팟 왓굴은 보고된 지 30년이 넘도록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외 도자사에서 학술적 자료 가치가 높은 와막팟 왓굴을 하루라도 빨리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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