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 이틀만에 숨진 배송기사… 유족 “쿠팡은 사죄하라”

아버지 장례 이틀만에 숨진 배송기사… 유족 “쿠팡은 사죄하라”
14일 오전 유가족 공식 입장·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최악의 과로노동이 만든 사고… 생계 대책 마련하라”
택배노조 “사측, 아버지 장례 후 2일 휴무 요구 거절”
  • 입력 : 2025. 11.14(금) 14:01  수정 : 2025. 11. 14(금) 14:04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고로 숨진 쿠팡 배송기사 고(故) 오승용씨의 유가족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유가족 공식 입장 및 제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라일보] 심야 배송을 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숨진 30대 제주 쿠팡 배송기사 고(故) 오승용씨의 유족이 쿠팡 측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씨의 유가족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유가족 공식 입장 및 제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오씨의 어머니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지 불과 며칠 만에 아들을 잃었다. 아들이 젊으니 많이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기다려도 아들은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며 “남편의 장례 이후 아들이 하루만 더 쉴 수 있었다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족은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노동으로 내몰아 왔던 쿠팡의 잘못”이라며 “지금이라도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승용이의 영정과 유가족 앞에 직접 와서 사죄하고, 남은 가족의 막막한 생계와 상처를 치유할 대책을 세워라”고 요구했다.

또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산재 신청을 진행하고,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내놓은 2차 진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해 8월 내놓은 과로사 대책인 ‘새벽 배송 격주 주 5일제’가 오씨를 비롯한 쿠팡 배송기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책은 지난해 5월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씨가 과로사로 숨지자 쿠팡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과로사 방지대책이다.

또 오씨는 3주 연속(10월13~11월2일) 금요일을 휴무로 하는 주 6일 야간 배송해왔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오씨는 11월6~8일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하루 휴무를 가진 뒤 10일 새벽 숨졌다.

노조는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아버지 장례 이후 2일의 휴무를 요청했지만 대리점에서 거절해 하루만 휴식하고 출근했다”며 “또한 대리점 내 백업 기사가 없어 고인이 주 6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렸고,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은 연속 7일 이상은 동일 아이디로 애플리케이션 로그인이 불가능해 7일 이상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며 “확인 결과 연속 7일을 초과하는 사례가 발견돼 기사 본인의 아이디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업무하는 꼼수가 고인의 대리점에도 이뤄지는 것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10일 새벽 2시 9분쯤 제주시 오라2동 제주교도소 사거리에서 오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고 12시간 만에 끝내 숨졌다.



■한라일보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