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 제주시 중앙로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 제주시 중앙로
  • 입력 : 2025. 09.03(수) 01:00  수정 : 2025. 09. 03(수) 06:58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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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에서 '중앙로'는 시가지의 명칭으로 오랫동안 쓰이고 있다. 필자가 시골에서 제주 '성안(城內)'에 있는 중학교에 통학하던 시절, 도심은 단연 '관덕정마당'이었다. 주요 관공서들과 분수대가 있는 이곳은 칠성통과 남문통, 동문통과 서문통 등이 그 주변을 이뤘다. 그러다 오현단과 남문통 사이에 당시로서는 엄청 큰 길이 새로 났다. 이게 중앙로였다. '광양터미널'에서 출발한 시외버스들이 남문로 대신 여기를 지나 동·서문로 쪽으로 달렸다. 이 도로는 점차 교통과 경제의 중심지가 됐다.

도로와 지역은 그 명칭에 걸맞은 기능을 하면서 특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감동과 추억을 품는다. 도로로서의 제주시 중앙로는 탑동에서부터 제주대학교 입구까지다. 이 도로는 소위 구제주의 주요 지역들을 거느리고 있다. 탑동광장, 중앙로, 시민회관, 시청, 대학로, 법원 사거리, 중앙여고 사거리, 제주여고 사거리, 제대병원 입구 등이 그 예다.

한편, 중앙로는 지역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근의 관덕정과 목 관아지, 해변공연장과 탑동광장, 동문시장, 칠성로, 그리고 지하상가와 함께 성안의 주요 일원으로서 다운타운의 중심이 돼있다.

'행정체제 개편'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인 요즘, 이 중앙로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추진은 민주적 절차에 따를 터이니, 어느 안(案)에 대하여 홀로 반대할 뜻은 없다. 다만 제주시가 분리되면 이 중앙로가 도로와 지역으로서 어떤 형태로 생존하고 어떤 역할을 할까, 그게 궁금할 뿐이다.

중앙로가 반쪽 내는 제주 성(城)의 역사와 문화는 어떻게 유지될까. 무근성, 관덕정과 목 관아는 서쪽 시에, 삼성혈, 귤림서원과 산지포구는 동쪽 시에 놓고, 일·이도동과 삼도동을 다른 시로 분리하면서까지 추구하는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4개 시군 안'이 배제된 주요 이유가 '한라산의 남북 읍면 간에 오래된 역사와 문화의 격차'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주섬 역사의 중심에서 그 얼과 문화를 지켜온 하나의 읍성을 둘로 나누는 근거와 기준은 무엇일까?

제주목의 옛 성안만은 나뉘지 않고 하나로 유지되기를 소망한다. 두 개의 시가 동·서제주시로 명명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동·서부산업도로도 각각 번영로와 평화로로 불리는 시대다. 두 개의 시가 특징적 이름을 가질 요소가 없다면 분리의 명분이 '구·신제주'만큼도 없다는 방증이다. '제주성'은 죽이지(?) 말고 살릴 방도를 찾아보자. 성안에 속하는 구도심 지역에다 인근의 동·읍면을 합친 시와, 급속히 성장·발달하는 나머지 지역들로 이루는 시, 이렇게 둘로 하면 어떨까.

훌륭한 역사와 전통과 문화는 이를 지닌 성(城)이 살아남아야 제대로 지켜진다. 외벽을 허무는 것은 확대의 과정일 수 있지만, 중심부를 쪼개는 것은 파괴와 해체의 시작이다. 중앙로가 도시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서 제주 성안을 잘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실 제주문화원 부원장·수필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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