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제주의 문화적 자산과 예술창작

[홍정호의 문화광장] 제주의 문화적 자산과 예술창작
  • 입력 : 2025. 09.02(화) 01:30  수정 : 2025. 09. 02(화) 07:03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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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결국 창작은 '새로운 세계를 세우는 행위'다. 제주의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한 예술 창작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제주와 한국, 나아가 세계 속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우는 길이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에서도 제주와 돌하르방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제주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적 장치가 아니라 서사의 출발선이라는 점은 놀라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의 원천에 제주는 중요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용이 제주 외부의 시선에서 창작돼 세계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 내부의 창작자들이 자기 목소리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그들의 지속적 창작을 보장하는 것은 제주와 한국 사회 전체의 문화적 자산을 확장하는 일이다.

돌과 바람, 바다와 신화, 그리고 돌하르방으로 대표되는 상징체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제주의 기억과 정체성을 품은 문화적 언어다. 창작자는 단순히 작품을 생산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공동체가 어떤 정체성을 형성할지를 제시하는 새로운 질서의 창조자다. 허구와 상상의 세계를 짓는 행위는 곧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작업이다.

'창작(創作)'이라는 말은 '새롭게 세우고 짓는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서양어 'creation'은 라틴어 'creare'에서 유래한다. 이는 '낳다', '자라나게 하다'라는 의미다. 예술 창작이 단순한 반복이나 모방이 아닌 이유는 바로 이 새로움의 탄생,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현실 속에 열어놓는 데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창작은 체험과 상상, 그리고 그것을 다른 형식과 구별되는 객관적 형식으로 구현하는 능력의 결합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가 예술을 품어야 하는가. 첫째, 예술은 개인에게는 자기표현의 언어이며 공동체에게는 기억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돌하르방이나 해녀의 노래가 단순 민속자료를 넘어 지금도 제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언어로 작용하는 것처럼, 예술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다. 둘째, 예술은 치유와 소통의 힘을 지닌다.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는 행위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자기 회복의 과정이다. 셋째, 예술은 사회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기술이 삶의 조건을 바꿔왔다면, 예술은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구성해왔다.

예술은 경제 논리만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대량생산과 소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시장의 효율성 논리로는 '비생산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예술가가 창조하는 무형의 가치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이다. 따라서 창작 기회와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장기적 지속성을 보장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은 곧 사회의 미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 제주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홍정호 제주아트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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