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도로변에 벚나무들이 빼곡하게 식재된 모습. 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한라일보] 제주의 한 도로변에 빼곡하게 식재된 가로수를 두고 나무 생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일대 도로변에는 작은 벚나무 묘목들이 식재됐다. 어림잡아 1.5m의 어린 나무들이 약 1~2m 간격으로 촘촘하게 식재된 모습이다.
하지만 벚나무는 다 자랐을 때 수관폭(나무 윗부분의 지름)이 10m가 넘는 교목이다. 이대로 나무가 자라 성목이 될 경우 가지가 서로 부딪히고 얽히게 될 확률이 높다.
제주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난달 ‘큰나무 공익조림’ 사업으로 벚나무 1733본이 식재됐다. 사업은 지난해 실시한 주민 대상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경관 개선 등이 주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가로수 조성 사업의 경우 가로수의 수종과 식재 간격 등에 대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가로수 사업이 아닌 ‘조림 사업’으로 분류돼 식재 간격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면적 대비 식재량(1ha 당 약 350본)만 정해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나무 간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식재가 이뤄질 경우 이후 나무 생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헌 사회적기업 시소 수목관리팀장(나무의사)는 “일반적인 가로수 식재 간격은 6~8m가량으로 이처럼 나무를 밀식하면 나뭇가지들끼리 서로 부딪혀 생장을 방해할 것”이라며 “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무 건강이 취약해지고 뿌리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피해가 발생해 10년 내로 현재 나무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제거해야 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유라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국장은 “나무의 크기와 식재 간격이 존재할 텐데 무엇을 위해 저렇게 빽빽하게 나무를 심어 놓았는지 의문이 따른다”며 “이 상태로 자란다면 뿌리를 뻗을 공간이 모자랄 것이다. 수량에 의존한 가로수 및 도시숲 정책이 개탄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식재 간격에 대한 규정이 없어 면적당 배정된 나무 양에 따라 식재했고, 일반적인 나무 식재사업에서 평균적으로 나무의 10~15%가 생장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식재했다”며 “이후에 나무가 땅에 잘 적응을 했는지 활착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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