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필자가 개원해서 진료를 한 지 만 26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의료 복지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1999년 개업해서 2000년 초기에는 복지회관 등에서 영세민을 대상으로 주말 방문 의료봉사를 했다. 당시엔 일주일에 한 번씩 뜻있는 한의사들끼리 돌아가면서 오전 진료를 봤었는데, 의료보험제도가 발달하면서 차상위 계층이나 의료 보호 환자들은 본인 부담금이 거의 없이도 인근에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언제든지 방문해서 경제적인 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 후에는 '무의촌'이라고 가끔 면 단위에 가서 기관이나 업체 후원으로 간헐적으로 나가서 진료를 한 적이 있었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제주도에 면 단위에는 한의원이 없는 곳도 있었고, 설령 있어도 한 군데 정도라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한 번씩 진료를 주말에 가면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각 면 단위에도 서너 개씩 의료기관이 있어서 이젠 그런 대민 봉사가 오히려 지역에 의료기관에 민폐가 될 경우도 있어 무의촌 진료가 필요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추자도도 갔었는데, 요샌 교통수단도 발달하면서 역시 의료기관이 있다.
2010년대에는 각 지방자치별로 의료혜택이 소외되는 계층을 상대로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인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다거나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 위주로 찾아가는 통합돌봄서비스에 일환으로 의료 서비스도 포함돼 동에서 파악된 대상자들을 직접 집으로 찾아가 생활지도와 치료를 제공하게 됐다.
다른 영역으로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도 해주고 약사들이 복약지도도 하고 치과의사도 방문을 하는 서비스도 있지만 한의 진료가 특히나 호응이 좋았다. 침이나 부항 등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진료도 많이 해주기도 하고 직접 생활하는 집으로 찾아가서 생활 방식도 교정을 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인 환자가 얼굴 턱 부위에 피부 트러블이 많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사용하고 있는 면도기에 녹이 슨 것이 원인인 것을 알고 치료가 쉽게 이뤄졌다는 사례가 있었다.
몇 년 전 난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약을 처방해 난임에 도움을 준 제도도 보람이 있었다.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 수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정이나 착상, 안태가 잘 되게 해서 건강한 아기를 출생할 수 있고 산모나 태아가 편안해지게 하는 한의약적인 방법이 도움이 됐다.
이처럼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발전해 오면서 의료 복지제도도 시대에 맞고 현실적으로 주민에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발전이 되어 오면서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현실을 볼 수가 있었다. 결국 제도도 사용하기 나름, 잘 사용할수록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준혁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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