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하루를 시작하며] 광장은 여전히 외치고 있다

[김동현의 하루를 시작하며] 광장은 여전히 외치고 있다
  • 입력 : 2025. 06.04(수) 02:00  수정 : 2025. 06. 04(수) 02:14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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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선거는 끝났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으로부터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국민들은 광장의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국회로 진입하던 무장군인을 막아낸 것도, 윤석열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도 모두 시민의 힘이었다. 응원봉을 들고, 한겨울 폭설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 평범한 시민임을 외치고 증명했다. 내란 수괴가 버젓이 도로를 활보하는 이 기괴한 반동의 시간도 이제 저물어야 한다. 내란 수괴는 감옥으로, 내란의 밤에 그 누구도 직을 걸지 않았던 관료들도 마땅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응당 그렇게 될 것이다. 역사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더라도 종국에는 순리를 향해 나아간다. 그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모두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하고 500여 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계속하는 이들도 있다. 내란의 밤 이후 광장은 열린 민주주의의 용광로였다. 세상이 가진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수많은 목소리들의 향연이었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내란 사태 이후 치러졌다. 정책보다는 응징의 표심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다. 정책은 사라지고 구호만 가득했다. 정책이 실종된 자리를 꿰찬 것은 이준석 같은 이로 대변되는 혐오 세력의 준동이었다. 최소한의 위선도 없는 그 뻔뻔함이 공동체의 언어를 오염시켰다. 이제 오염된 언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때다.

무엇보다 서울 수도권, 상위 중산층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상속세를 개선하겠다는,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언어들이 대접받아야 한다. 상상이 아니다. 이미 광장은 수많은 목소리들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우리는 보았다. 내란의 밤에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이 얼마나 비겁한지를 똑똑히 목격했다. 엘리트의 지배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지배, 모두가 모두의 결정에 참여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입법, 사법, 행정 사회 모든 분야를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이 나눠가져야 한다. 서울의 목소리가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가 대접받는 세상,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목소리가 권한을 갖는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해야 한다. 그것이 비상계엄을 역사의 비극이 아니라 역사의 전진으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목마르다. 타는 목마름으로 광장은 여전히 외치고 있다.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무엇이 우리를 여전히 살게 하는가. 그 물음에 새 대통령 당선자가 답변해야 할 때이다. <김동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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