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수의 문연路에서] 따뜻한 교통복지의 시작

[양영수의 문연路에서] 따뜻한 교통복지의 시작
  • 입력 : 2025. 06.03(화) 04: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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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복지는 행정효율보단
사람 중심 생활밀착형 돼야

신성여중·고 사례 모범적

[한라일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중교통 정책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마을과 생활의 흐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기본 인프라이다.

햇빛이 골고루 비춰야 식물이 잘 자라듯, 교통이 고르게 닿아야 지역과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은 모두에게 따뜻한 햇빛과 같은 존재이다.

지난해 제주시 신성여자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 시간마다 길게는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현실은 제주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중앙로까지 30분씩 걸어가야하고, 버스를 타지 못해 한여름 더위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단지 불편을 넘어 교육과 생활의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였다.

이에 필자는 학교와 지역주민, 관계 부서와 함께 협의해 기존 491번 버스 노선을 개선하고 신성여중·고를 중심으로 마을을 순환하는 로컬버스 체계를 새롭게 논의했다.

이 노선은 기존 순환버스와 달리, 복잡한 유턴이나 좌회전을 피하고 마을의 실핏줄 같은 도로를 따라 우회전만으로 구성된 단방향 순환체계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운행의 안전성을 높였으며,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단순한 노선 개선이 아니라, 그 안에는 지역의 일상과 안전을 세심히 살피는 노력과 배려가 담겨 있다. 마을과 사람을 연결하는 '길'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한 신성여중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하교 시간마다 힘들어하는 딸을 보면 늘 마음이 무거웠어요. 이제는 학교 앞에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걱정이 줄었고, 아이도 훨씬 편해졌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주민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안정을 주는 교통복지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마을버스 정책은 단순히 '버스를 놓는 일'이 아니다.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소통, 운전자의 노동환경 개선, 그리고 교통복지에 대한 지자체의 철학 전환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된다. 이번 우회전 로컬버스 개편은 주민과 학생들의 실제 경험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정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교통복지는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결코 작지 않다. 행정 효율성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삶의 흐름에 맞춘 생활 밀착형 교통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제주는 더욱 따뜻하고 촘촘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마을버스 한 대의 변화가 마을 전체의 삶의 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도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가능한 교통복지를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교통은 단절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일상적인 공공재다. 도민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가 제주의 내일을 바꿉니다.

<양영수 제주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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