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지뢰밭' 콘크리트 맨홀 몇개인지도 모른다

'도심 지뢰밭' 콘크리트 맨홀 몇개인지도 모른다
철제 비해 내구성 취약 사전징후 없이 부서져
환경부 요청 따라 전수조사했지만 파악 불가
공간정보시스템에 뚜껑 재질 정보 기입 안돼
  • 입력 : 2024. 04.08(월) 18:05  수정 : 2024. 04. 09(화) 15:4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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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건입동 초등학교 주변 보도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의 맨홀 뚜껑이 갈라져 금이 생겼다.

[한라일보] 정부 요청에 따라 제주도가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콘크리트 맨홀 뚜껑'에 대해 전수조사했지만, 이런 맨홀 덮개가 도내 어느 지역에 있는지, 또 몇개인지 등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맨홀 등 상·하수도 시설물 관리 부처인 환경부는 각 지자체에 콘크리트 맨홀을 전수조사 해 보수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콘크리트 맨홀 뚜껑 파손으로 보행자가 추락한 사고를 계기로 지자체별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콘크리트 맨홀 뚜껑은 붉은색 등 색깔을 넣은 것으로, 도시 미관 개선 목적으로 2000년대 초반 전국 각지에 설치됐다. 도시 미관과 어울린다고 해서 조화(調和) 맨홀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콘크리트 맨홀 뚜껑은 철체 맨홀에 비해 내구성이 약해 쉽게 파손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 설치된 지 20년이 지나 대다수 노후했고, 사전 징후 없이 부서지는 특성 탓에 현재는 보도 위의 '지뢰밭'으로 여겨지고 있다.

제주도는 환경부 요청에 따라 약 한달 간 조사에 나섰지만 도내에 설치된 맨홀 뚜껑 중 어느 것이 콘크리트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주도가 구축한 공간정보시스템 상 하수관리시스템(GIS)을 통해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재질 구분 없이 전체적인 맨홀 뚜껑 설치 갯수와 설치 장소만 파악했다고 전했다. 도내에 설치된 맨홀은 제주시 지역이 7만3000여개, 서귀포시 지역이 4만5000여개 등 무려 11만 8000여개에 달했다.

양 행정시에 따르면 도 공간정보시스템 상에는 맨홀 뚜껑 재질, 모양을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분류란이 있지만, 정작 이 분류란에 기입된 맨홀 뚜껑 재질 정보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과거 문서로 된 지하시설물 도면을 전산화하는 과정(공간정보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에서 맨홀 뚜껑 재질이 입력되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로선 정확한 콘크리트 맨홀 뚜껑 설치 현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상습침수 구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곳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일일이 현장을 확인해 정비가 필요한 것을 교체하거나 보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간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제주도는 해당 시스템에 맨홀 뚜껑 재질 정보가 없는 이유에 대해 "원 데이터(문서로 된 지하시설물 도면) 자체에 재질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 도면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재질 정보를 빠뜨려서 발생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제주도 공간정보시스템은 지난 2017년 구축됐다.

콘크리트 맨홀 뚜껑이 몇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제주도와 달리 부산시는 그 현황을 모두 파악해 전부 철제로 교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도 문서로 된 지하시설물 도면 등을 전산화 해 'UIS'란 공간정보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시스템으로 맨홀 뚜껑 종류와 모양 등을 전부 파악했다"며 "이 정보를 토대로 전량 교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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