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

[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
  • 입력 : 2024. 02.14(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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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넌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것 같아" 이 말을 들으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냇가에서 빨래하고, 아궁이에 물을 데워 목욕하고, 논두렁에서 뱀을 밟을 뻔했던 트라우마와 마루 틈으로 내려다보면 깊은 지하가 있었는데, 계속 바라보며 무서운 상상이 이어졌던 좀 불편한 기억들. 반면, 늘 지지해주고 사랑을 준 부모님과 어른들, 친구가 있어서 난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고,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될 것 같은 자신감과 커서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8살 소녀의 다짐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힘이지 않을까.

교육복지사로 다양한 여건에 있는 아이를 만나면서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지난해 유독 겨울방학이 기다려졌다. 학년말이 다가올수록 아이도 선생님도 뭔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힘들었다.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답답함을 과격한 행동과 괴성으로 표현하는 아이, 또래, 어른 할 것 없이 자기 감정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 몇 달째 구멍 뚫린 운동화를 신고 오는 아이, 한 겨울에 여름 바지를 입고 나타난 아이, 아기 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 급식은 거르고 배고프다고 먹을 것 달라는 아이, 학원이 싫다는 아이, 친구들이 자기만 싫어하는 것 같다는 아이 등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2024년 현재 아이들의 모습이다.

방학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맞춤형 지원을 해본다. 한글공부가 힘든 아이에겐 그 아이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멘토와의 한글교실, 언어치료, 집단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잘 놀았다. 지역기관과 협력해 마을과 가정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중문성당의 도움으로 한 가정의 욕실환경이 바뀌었다. 다자녀가 사는 집, 욕실 한쪽 문이 없어 천으로 가려진 것을 보고 내내 마음에 쓰였는데, 욕실 문을 달고, 인조잔디로 깔려있던 바닥은 타일로 교체하는 공사를 했다. 그리고 마을의 어른들이 부모님과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관심을 갖고 정서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힘들다고 찾아 온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해! 무엇을 선택하든지 네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마.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이들의 단체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전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예의, 시간과 약속 지키기, 내 주변 정리하기, 화가 났을 때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법,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등 일상생활의 기본 습관은 학령기 이전 가정에서부터 길러줘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내 자녀에게 좋은 어른인가를 되묻는다.

새 학년을 준비하는 방학,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나누고, 맞고 틀린 게 아닌 옳고 그름을 알려주고, 많은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물론 부모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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