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관광 1번지 제주, 일선 관광종사자들은 운다

[김성훈의 백록담] 관광 1번지 제주, 일선 관광종사자들은 운다
  • 입력 : 2023. 11.27(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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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볼것도 없고 다 비싸고 이젠 안갈련다." "바가지도 심하고 그 비용이면 차라리 외국 간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제주관광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내용들이다. 지금껏 느껴본적 없는 고물가에 놀라고 바가지에 분노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차라리 외국 간다"는 반응은 경고로만 그치지 않는다. 제주행이 줄고 일본을 중심으로 외국행이 폭주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엔데믹 시대 탄탄할것만 같았던 제주관광시장에 금이 가고 있다. 제주를 바라보는 내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 결과는 통계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 들어 10월 현재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전년 대비 8% 남짓 줄었다. 하반기들어 8월 한 달은 14%, 9월은 8%. 10월은 11% 감소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직격탄은 일선 종사자들을 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7년 사드 사태, 그리고 2020년부터 약 2년간 지구촌 왕래가 끊겼던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국, 제주경제의 버팀목이던 관광은 초토화됐다. 모든 게 어렵던 당시, 언론과 관광전문가들은 제주관광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자고 했다. 다양한 상품과 국적 다변화로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꾀하자는 게 골자다.

관광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제주관광 업계의 고질병은 그대로다. 위기 때마다 나오던 체질 개선 노력은 공염불에 그쳤을 뿐이다. 관광객이 줄며 수익이 예전만 못하자 꺼내는 카드는 역시 '고통 전가'다. 업계는 예전처럼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직원 임금 동결은 물론이고 그 얼마되지 않는 월급을 무기로 삼아 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업주들이 적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매출실적을 장사가 최고로 잘 됐던 고점과 비교하니 모든 게 불만이고 일선에서 관광객을 맞는 직원 탓으로 돌린다. 도내 최고 수준의 관광업체 회사 측도 노조에 책임을 돌리며 갈등을 빚는데 직원이 서너명에 불과한 소규모 관광업체의 현실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직원들에 대한 업주의 보상이 기대 이하면 행정의 관심이라도 기대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역시나다. 올해 초 고물가와 바가지 요금으로 제주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팩트'를 써달라며 마뜩잖아했던 도지사에게서 후속 조치를 기대했지만 연말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특별히 들리지 않는다. 행정과 관광기관은 또 중국 올인 형국이다. 내년까지 크루즈가 몇척 와서 중국인 100만명 이상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며 그동안 무수히 경계하라 주문했던 외형적 성장과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다.

저임금과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일선 관광종사자의 복지향상을 위한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제주관광, 겉으로만 화려할뿐 속으론 곪고 있는데 처방은 요지부동이다. 볼 것 없고 비싸고 바가지까지…. 이 중 관광 종사자들의 책임으로 돌릴수 있는 게 어느 것인가. "박봉이지만 먹고살자니 모두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처지가 스스로도 너무 비참하다"는 관광종사자의 하소연을 언제까지 모른 척 할 것인가.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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