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산록도로~궷물오름~족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산록도로~궷물오름~족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자연에 빠져들다
  • 입력 : 2018. 07.12(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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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쏟아지는 숲길 운치에 탐방객 탄성 절로
길목마다 파스텔빛 수국·붉은 산딸기 반겨
낙오자 없이 마친 탐방객들의 '빛나는 청춘’


간밤에 한참이나 퍼붓던 빗줄기가 좀처럼 그치지 않더니 오전 6시 25분 결국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집결시간 8시가 되자 버스 안은 우산과 비옷으로 무장한 탐방객들로 이내 꽉 찼다. 날씨 때문에 참석 인원이 적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네 번째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여정(산록도로~궷물오름~족은노꼬메 둘레길~숲길~수산천~임도~어음천~고사리밭~큰노꼬메~산록도로)은 산록도로를 출발해 나란히 붙어있어 형제오름이라고도 불리는 노꼬메오름을 지나 다시 산록도로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땅이 미끄럽자 출발 전 탐방객들은 혹여 누군가 다칠세라 모두 안전한 산행을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간단히 몸을 풀고 궷물오름 입구로 들어서자 빗물을 머금어 더 진해진 흙내음과 알싸한 제피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궷물오름은 오름 동쪽 굼부리(분화구)에 '궷물'이라는 샘이 솟아난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남동쪽으로는 큰노꼬메오름이, 동남쪽으로는 족은노꼬메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수국

오름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기 핀 수국은 산수국이라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도채비꽃이라고도 불립니다. 지금이 산수국이 절정인 계절인데 토양이 산성일 경우 파란색, 알칼리성일 경우 붉은색을 띱니다. 헛꽃에도 꽃이 피는 게 특징인 탐라산수국은 제주가 자생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그 빛깔이 예뻐선지 수국을 장식한 결혼식장도 많은데 수국의 꽃말은 '변하는 사랑'입니다. 멋모르고 장식해선 안 되겠죠"라며 농섞인 말도 건넨다.

황금 박쥐나무꽃

파스텔톤 은은한 수국빛에 취해 얼마간 걷다 보니 이번엔 영롱한 붉은빛을 발하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탐방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딸기를 한 줌씩 따서 입에 넣는다. 빗물에 씻겨 그 달달함이 조금은 덜 했지만 입안 가득 싱그런 자연의 향이 기분 좋게 스며든다. 몇몇 중년 탐방객은 "어릴 때는 이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손끝이 빨갛게 물들 만큼 따먹고는 했었는데…"라며 잠시 추억을 곱씹어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걸음걸음마다 만나는 멍석딸기, 옥잠난초, 뽕나무, 사람주나무, 아그배나무 등이 탐방객의 지친 발걸음을 독려했다.

긴 등산로를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탐방객 모두는 옹기종기 둘러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고사리밭을 지나 큰노꼬메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 소장은 "애월읍에만 40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제주지역 읍면지역 가운데 가장 오름이 많은 곳이 바로 애월읍"이라며 "큰노꼬메를 오르는 계단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적게 걸립니다. 내려가는 길에 분화구로 들어서면 바람이 불어 시원하니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고 말하며 기운을 북돋웠다. 노꼬메오름은 화산지형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오름으로 노꼬메오름 일대의 식생은 122과 496종이 분포하고 있다.

옥잠난초씨방

에코투어에 처음 참가했다는 제주시 노형동 김희복(50·여)씨는 "에코투어가 아니면 언제 비 오는 오름을 걸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나 느껴볼 수 없는 비오는 오름의 매력에 흠뻑 취한 날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씨는 이어 "앞장서서 걷는 이가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나 철망 등을 잡아주며 뒤에 걷는 탐방객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깊었다"며 "덕분에 궂은 날씨에도 기분 좋게 산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탐방객은 이날 에코투어에 참여한 소감을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로 대신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아마도 빗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일정을 끝마친 탐방객 모두가 이날만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빛나는 청춘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한편 오는 14일 진행되는 제5차 에코투어는 산록도로~색달쓰레기매립장~색달천~한라산둘레길~돌오름길~나인브릿지숲길~서영아리습지~서영아리 정상~임도~옛 색달쓰레기매립장 코스에서 진행된다. 손정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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