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라일보 신춘문예/시조-심사평] 생명력과 역동성 갖춰 한층 진화하길

[2024 한라일보 신춘문예/시조-심사평] 생명력과 역동성 갖춰 한층 진화하길
  • 입력 : 2024. 01.02(화)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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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정국(시인), 한희정(시인).

예심을 거쳐 본심 탁자에 올라온 작품에는 저마다 아름다운 시어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게 보려면 한 번만 봐야 하고, 제대로 보려면 세 번을 봐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본심에 임했다.

정형률을 기본으로 하는 시조장르 특성상, 제목과 초장 중장 종장의 유기적 관계 그리고 시력, 어휘력, 사고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전개시키는 신인들의 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제목을 설명하는 낱말풀이 식 작품들이 있었다. 더구나 '나열과 전개'의 인식 부재는 등단 작가 작품에서도 곧잘 지적되곤 하는 문제가 아니던가.

결국 민달팽이가 그려놓은 실크로드를 "마침표/찍는 날까지 그려갔을 저 동선" 또는 "외로운/유고집 같은 얇디얇은 길"이라는 천윤우의 '민달팽이 길'에 심사위원의 눈길이 머물렀다. 그런데, 이 작품 초중종장에 "그려 놓은 쓸쓸한" "입지 않은 느릿한" 등등 시어선택의 안일함과 형용사 남발로 인해 가작에 머물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정형의 틀에다 글자 수를 맞췄다 해서 다 시조는 아니다. 시조라는 어휘에는, 이 시대 사람들 삶의 애환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장르 특유의 음악성이 스며있기 마련이다. 결국 서정과 서사의 알맞은 조화는 물론, 생명력과 역동성 그리고 새로운 시대인식이 갖춰져 있을 때 현대시조가 하향적 평준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시조시인의 양적 증가에 연연하지 말고, 한층 진화된 작품들이 탄생했을 때 시조의 자리매김이 한 층 뚜렷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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