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무·스네이크길 별명 붙였어요"

"아파트나무·스네이크길 별명 붙였어요"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 (5)대정초·서귀서초
특수반 25명 사려니숲길 찾아 동심의 세계 펼쳐
"단풍 줍고·낙엽 밟고 나무 껴안고 숲은 놀이터"
  • 입력 : 2019. 11.22(금) 15:38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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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초와 서귀서초 특수반 어린이들이 22일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에서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를 찾아 나옥실 산림교육전문가의 숲속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려니 숲길에 들어선 아이들은 새들 마냥 쉴 새 없이 지저귄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바라보고, 소나무를 안고, 낙엽을 주워보는 아이들에게 숲은 놀이터다.

대정초등학교와 서귀서초등학교 특수반 1~6학년 어린이 25명과 교사 및 자원봉사자 11명이 22일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에서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를 찾았다. 나옥실 산림교육전문가가 나무와 풀, 숲속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동심을 채워줬다.

"어린이 친구들, 숲속에 오니 공기가 좋고 낙엽 냄새도 너무 좋죠? 단풍잎은 여러분의 손 모양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보세요. 단풍잎보다 더 큰 이 나뭇잎은 엄나무잎이에요. 무서운 사람을 엄하다라고 하는데요, 몸에 가시가 많아 무섭다는 의미에서 엄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아이들은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주워 들며 정말 예쁘다고 연발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은 집 마당에 있는 꽃이며,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숲속에 들어온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나옥실 산림교육전문가가 아이들에게 단풍나무와 엄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새비나무의 잎을 만져보며 "폭신폭신하다" "부드러운 베개 같다" "수건 같다" 등 갖가지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까마귀가 시끄럽게 우는데 사람이 얘기하며 잘 안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보다 키가 큰 나무한테 말해서 조용히 하라고 하면 말을 잘 들을 것 같아요." "저기 나무는 왜 잎이 하나도 없는지 아세요? 그건 낙엽은 사람인데, 사람들이 호텔에 없는 거랑 똑같아요."

아이들은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진한 분홍색 열매가 달린 새비나무 잎을 만져보며 "폭신폭신하다" "부드러운 베개 같다" "수건 같다"는 갖가지 느끼는 감각을 말로 표현했다.

그리고 나옥실 전문가의 층층나무와 S자 형태의 오솔길에 대한 설명에는 기발한 별명을 붙여준다. "선생님이 층층나무라고 하니까, 갑자기 층층이라는 말에서 아파트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아파트나무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요." "마치 큰 뱀처럼 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스네이크길이라고 별명을 지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은 숲속에서 작은 배려도 실천한다. 좁을 숲길을 걷다보니 뒤쳐진 아이들을 가장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를 양보하며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숲 길목에서 만난 재선충병으로 잘린 소나무 밑동을 보던 아이들은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그걸 먹고 또다른 나무가 태어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 옆에 있던 톱밥에서 나는 소나무 냄새도 맡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옥실 산림교육전문가가 아이들에게 제주 조릿대에서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정초와 서귀서초 특수반 어린이들이 22일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에서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양은 "땅바닥을 보면 힘든데, 친구들이랑 좋은 경치를 보면서 걸으니까 힘들지 않다"고 했다. B군은 "아파트나무랑 스네이크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는데 숲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양가애 서귀서초 교사는 "특수반이라는 성격상 오늘처럼 멀리 나올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라며 "최근 택시 3대를 대절해 중문관광단지와 치유의숲을 찾은 적이 있었지만 숲체험 당시 학교로 돌아올 때 콜택시가 없어 부모님을 불러서 내려왔다"라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여건으로 특수반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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