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선]여성과 광장 그리고 권리

[현장시선]여성과 광장 그리고 권리
  • 입력 : 2017. 03.24(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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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3월 8일! 환경이 열악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항의한 날로, 미국 뉴욕에서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 명이 광장에 나와 참정권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한 여성 노동자들의 뜻이 담긴 기념일이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109년이 지난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괜찮은가?

2017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와 의미 있는 선언과 토론들이 이루어졌다. 그 중 하나가 성별 임금격차만큼 조기 퇴근하자는 행사로, 여성들의 빼앗긴 임금 찾기 '3시 STOP' 시위이다.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는 세계 최하위로 남자의 평균 월급에서 63% 정도를 받아,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하면,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을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이래 성별 임금격차 분야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3시 STOP!'이란 구호를 외치며,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여 109년 전 여성 노동자들이 광장으로 나왔듯이 한국 여성 노동자들도 광장으로 나와 여성의 무급 노동을 항의하고,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부르짖었다.

물리적 측면으로 볼 때 여성이 남성이 받는 월급과 동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며, 가사 노동 역시 주체적으로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여성이다. 특히 가사 노동은 끝이 없으며, 임신·출산·양육으로 노동의 강도는 생애주기별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 젠더(gender) 차이가 불평등적 구조를 형성하여 불안과 우울이라는 여성의 심리 상태를 직면하게 되고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이라는 결과에 다시 직면하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안녕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로절린드 퍼체스키(Rosalind P. Petchesky)는 "사회적 생산(노동)과 재생산(임신, 출산)의 영역 모두에서 일하는 것은 여성의 업무가 동시에 가중된다는 것으로 염려될 만큼 긴장감을 지속시키며 일의 시작과 끝이 불명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여, 이를 '이중부담'"이라 하였고, 이런 이중부담 노동으로 쌓인 결과가 여성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원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제주에서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이 개최되었다. 특히 생물학적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생리' 중심으로 토론이 이루어져, 여성의 건강권은 기본 권리로 누구나 권리 보장을 위해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접근과 사용이 편리해야 함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 여성의 생리가 노동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여성의 노동이 생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이처럼 여성의 노동은 재생산 능력에 잠재적인 위협을 당하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109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출발은 권리인 것이다. 젠더 관점으로 인권과 건강의 통합적 접근 인식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을 위한 노동 환경'이 조성 될 때 광장은 행복과 여유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호흡할 것이다.

<김경미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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