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나고 자란 식재료의 맛과 멋

제주서 나고 자란 식재료의 맛과 멋
● 김영진·한상무의 '식당의 발견-제주의 맛'
  • 입력 : 2015. 08.21(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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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나고 자란 기자에게 심심치 않게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제주의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당찬 맛집'을 소개하는 기사도 썼으니 이들의 기대치는 높다. 하지만 맛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보니 사실은 고민스러운게 사실이다.

요즘엔 인터넷 마케팅 시장이 과열되면서 모든 식당은 맛집으로 둔갑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어디가 좋은 식당인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 타지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 건 '그날의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유명한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집 앞 식당에서 먹는 맛과 별 반 다를 것 없는 경우도 너무나 많이 겪어본 일이다. 관광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주도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터넷에 제주도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수십, 수백만 개의 글이 나온다. 그러나 이 중 광고를 제하면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긴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제주도까지 왔는데'라고 호기롭게 외치며 지갑을 여는 관광객들이 있기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아예 뜨내기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형 맛집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나고 있다. 외지인이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는 더욱 더 힘든 일이 되고 있다.

포토그래퍼 한상무와 15년차 에디터 김영진이 쓴 '식당의 발견: 제주편'은 단순히 맛있다고 알려진 곳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두 남자는 식당의 유명세보다는 자기 가게에 자부심을 느끼는 오너를 찾고, 그들이 어떤 재료를 쓰는 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주관적인 평가가 되기 쉬운 '음식의 맛' 보다는,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본연의 맛이야말로 바람직한 평가 잣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렇게 텃밭에서 뽑아 온 야채와 채소부터, 손수 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로 만든 요리와 직접 기르고 도축한 육고기를 내놓는 고깃집까지 두루 담았다. 제주가 주는 선물을 오롯이 담은 두 남자의 '제주의 맛'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도 아니고 맛집 리스트북도 아니다. 두 남자는 "식당의 발견은 수백, 수천 개의 제주 식당 중에서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몇 개나 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시리즈 기획"이라며 "앞으로 국내 여러 여행지를 직접 돌아보면서, 믿을만한 식당을 찾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을 쓴 김영진씨는 "'맛'은 본질이 아니고 스타일이다. 맛의 본질은 이미 나고 자란 땅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맛집 소개가 아니다. 맛집 따위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제주의 음식을 올바르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은 한상무씨는 "사진보다 더 좋아하는 게 먹는 것이다. 음식은 서로를 연결하고 마음을 열게하고 맛의 의미는 함께 나눌 때 더 깊어진다. 이런 가치를 이어나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책은 '제주 고기의 맛' '제주 셰프의 맛' '제주 토속의 맛' 으로 구분해 17곳의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타이드스퀘어.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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