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짝퉁 제주술 아닌, 진짜 제주술 육성 비전을 세우자

[김명범의 월요논단] 짝퉁 제주술 아닌, 진짜 제주술 육성 비전을 세우자
  • 입력 : 2024. 03.25(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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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만덕양조장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농업회사법인 설립인가부터 주류제조면허 신청까지 양조장 인허가에 필요한 서류만도 20여종 넘어 행정기관 발품 파는게 녹록지 않았다. 반드시 구비해야 할 30여종의 양조 설비를 주문하고 설치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몇천만원, 몇억원까지 하는 양조 기계 가격 탓에 속앓이도 컸다.

그 사이 건입동 마을회관 뒤 유휴 공간을 양조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공사가 함께 진행됐다. 한때 창고로 방치되던 곳에 물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양조업 특성상 상하수도 시설과 전기 승압 공사를 시작으로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방수공사, 천장 도색 공사까지 마쳤다.

만덕양조장은 김만덕 객주를 활성화하고, 수익으로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한번 점심 한끼 대접하고자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마을 공동체 사업이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애정과 참여가 있었기에 엄두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제주시 건입동 도시재생사업비와 JDC 공모사업비 등 마중물 예산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최근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와 경북 안동, 충청남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경기도는 2007년부터 전통주 진흥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전통주 신제품 개발, 양조장 현대화, 포장 용기, 홍보 지원 등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안동주 세계화 테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114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충청남도 역시 충남술 톱10을 뽑아, 판로지원 등 실질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통주 산업 진흥을 위한 지방의회 차원의 제도 정비도 눈에 띈다. 제주에는 없지만, 전국 19개 지자체에서 '전통주 산업 진흥을 위한 조례'를 운영중이다. 이들 지자체가 전통주 산업을 주목하고 뛰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해당 지역의 자원 활용과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반면 제주는 산업으로서 전통주를 키우고, 나아가 지역 성장을 견인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지역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작년 한 해 1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라는 큰 시장이 있다. 오죽했으면 제주를 연상시키는 짝퉁 술이 버젓이 도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겠는가.

최근 전통주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레드오션에 불과하다. 공급이 수요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착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제주에서 전통주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고, 관광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주술 육성을 위한 비전을 그려야 할 때다. 체계적인 제주술 진흥을 위한 제도와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양조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작고 영세한 양조장의 각개약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주도가 나서서 제주만의 전통주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농가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창발적 정책을 기대해본다. <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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