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에서의 단상

[양건의 문화광장]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에서의 단상
  • 입력 : 2024. 03.12(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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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건축가들에게 가장 흠모하는 건축가를 한 분만 꼽으라면, 아마도 모더니즘 시대의 말미를 선도한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I. Kahn, 1901~1974)이 순위의 상단에 놓일 것이다. '침묵'과 '빛'으로 대변되는 그의 건축은 꺼져가는 근대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현대 건축으로의 변곡점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돼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샌디에이고의 솔크연구소, 보스턴의 예일대 아트 센터 등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킴벨 미술관'을 최고로 친다. 미국 남부로의 여행은 쉽지 않은 기회이나, 다행히도 지난겨울 제주 건축가들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중 하나인 킴벨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석유, 에너지 산업에 기반한 텍사스주의 부유함은 도시 중심지역에 형성된 문화지구의 여유로움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럽 유명 화가들의 그림은 근대 산업 사회 이후 쌓아 올린 경제력의 결과일 것이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이 예술 작품들을 품고 있는 도시의 장소들이 부러웠다. 킴벨 미술관의 태동도 이러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 제분업, 정유업, 식료 유통업 등으로 성공한 기업가였던 케이 킴벨(Kay Kimbell, 1886~1964)에 의해 1935년 킴벨 아트 재단이 설립되었고, 킴벨 사후에 부인인 벨마 킴벨에 의해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었다 한다.

드디어 학창시절 도면과 사진으로 몇 번이고 둘러보았던 킴벨 미술관을 마주했다. 마치 비닐하우스가 연상되는, 중첩된 배럴 볼트의 외형에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진입로를 따라 걸으며, 트래버틴 대리석의 외장을 촉각적으로 쓰다듬어본다. 건축에 들어서니 곡면의 볼트 면을 따라 흐르는 빛의 흐름이 공간의 아우라를 이루고 루이스 칸이 주장했던 '방(Room)'을 형성하고 있다. 루이스 칸은 "건축은 방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Architecture comes from the making of a room.)"라 했다. 방의 연계로 구축된 건축에서 그 장소에 일체화된 자신을 인지할 수 있다면 건축의 감상은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건축가들의 미술관 투어는 건축과 예술 작품을 동시에 감상해야 하는 분주함이 있다. 비로소 장소 곳곳의 예술품에 시선이 멈추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세계의 명작들인데 이를 입장료 없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음이 더욱 놀라웠다. 예술을 공유하는 도시의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하 홀에 걸려있는 킴벨 부부의 초상 앞에 섰다. 저 멀리 제주에서 온 이방인이지만 이들의 문화 수준에 대한 경외와 세상을 향한 두 분의 공헌에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명품건축의 답사로 나선 여행의 끝은 제주의 문화 수준을 되돌아보는 공허함만 여운으로 남아있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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