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세계를 향한 지역주의 건축의 도약

[양건의 문화광장] 세계를 향한 지역주의 건축의 도약
  • 입력 : 2024. 01.09(화) 00:00
  • 송문혁 기자 hasm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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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갑진년의 새해가 밝았음에도 지난 12월에 개최되었던 '2023 제주 국제 건축포럼'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2016년 시작된 제주 국제 건축포럼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의 초청으로 세계적인 건축가와 한반도의 저명한 건축가들을 모시고 건축문화의 주요 이슈를 다루어 왔다. 4회를 맞이한 금번 포럼은 '로컬의 미래: Coloring the Cities'를 주제로, 향후 세계의 급변 속에서 제주를 포함한 지역 건축의 방향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기조 강연을 해주신 이청규 교수는 제주의 탄생에서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풀어주셨다. 또한 고고학적 연구에 근거해 제주가 동아시아 해양문화권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주장하셨고, 이는 동아시아 해양 실크로드를 문화적으로 복원해 건축문화를 교류하려는 제주 건축계의 구상과 맥을 같이한 강의였다.

첫 번째 강연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의 39대 수상자인 건축가로서, 스페인 카탈루니아 올로트 지방에서 활동하는 RCR 건축사무소의 '카르메 피젬(Carme Pigem)'이다. 그녀는 자연환경의 치밀한 분석을 통한 연계전략을 통해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건축을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감동의 공간이 탄생함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멕시코의 젊은 건축가 '마뉴엘 세르반테스(Manuel Cervantes)'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 역시 지역의 자연과 선조들의 전통적 테토닉(Tektonic)에서 비롯되는 순수하고 휴머니즘이 가득한 건축을 소개했다.

세 번째 강연은 일본 건축계의 떠오르는 스타 건축가인 '이시가미 준야(Junya Ishigami)'의 순서로, 우리 시대에 만들어진 어떠한 건축도 시간이 흐르면 폐허와 유적이 되어 자연경관으로 회귀한다는 일련의 순환 속에서 자신의 건축을 찾는 건축 철학에 동감했다. 여전히 그의 작업 방식은 신선했다.

마지막 강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강연 주제는 '새로운 경작(New Cultivate)'으로, 땅을 기반으로 하는 경작행위가 곧 문화라 전제한다면, 농업 기반의 전통적인 사회가 현대사회로 변화하는 가운데 선순환구조를 이루기 위해 새로운 경작의 한 축으로서 건축의 역할을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포럼의 논의를 통해, 제주건축계는 지역성 담론에 역사성과 장소성에 더하여 동시대성을 주요한 쟁점으로 두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확인했다. 더불어 지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이 혼융된 다공적 상태의 현대사회에서, 지역 건축이 더욱 견고해지려면 국가 단위의 경계에서 문명권 단위로 경계조정이 필요함을 인지하였다. 이를 위해 제주 국제 건축포럼을 동아시아 해양도시를 회원으로 연계하는 '이오카포럼(East Asia Ocean Cultural Architecture Forum)'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제주 건축문화가 동아시아 해양문화권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출발이며, 이제 이를 헤아릴 수 있는 리더의 혜안을 기대한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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