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DC와 함께 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 (3)제주4·3 피해자 증언

[2023 JDC와 함께 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 (3)제주4·3 피해자 증언
역사의 아픔 들으며 앞으로 해야할 일 가슴에 새겨
  • 입력 : 2023. 06.22(목) 00:00  수정 : 2023. 07. 26(수) 12:24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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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또는 증언록 통해 피해자들의 삶 조명
평생 삶으로 남은 아픔 "깨끗하게 승화되길"

[한라일보] 전쟁이나 학살은 사람들을 죽음이나 고통, 공포로 오랫동안 지배한다. 제주4·3이 75주년을 보내고 있지만 그때의 비극은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비극적인 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만나서 생생한 증언을 듣는 행위는 역사가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번 수업에는 75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픔 속에서 살아오신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나서 아픔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서 보는 역사적 사실과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제주시 이도2동에 사시는 '오일남' 할아버지를 청소년들과 함께 만났다. 할아버지는 9남매의 8남으로 4·3때 부모와 형제 3명을 잃고 누님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일로 살아남은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할아버지는 고아처럼 살아오셨다.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말씀도 하셨다.

▶질문=할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가족을 포함한 많은 제주도민이 피해를 입으셨잖아요. 할아버지는 그 상황을 직접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대답=매우 어렸을 때지만 무섭고 억울했어요. 내가 봤을 때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빨갱이 폭도 취급을 받는 것이 어이도 없었고요.

▶질문=와~ 정말 암묵적인 공범이네요. 지금으로 따지면 방관자죠. 그러면 할아버지는 그 어린 시절부터 혼자서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대답=육지에도 갔다 왔는데 거지 취급당하면서 할 것이 없어서 다시 제주도에 돌아와서 세탁소 일을 하면서 살았어요. 지금은 형님의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에도 두 번 갔다 왔고요.

▶질문=할아버지는 가끔이라도 4·3사건에 대해 원망스러울 때가 있나요? 아무래도 끔찍한 학살이었으니까 후유증과 같은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대답=원망스러워도 별 수 있나요. 원망할 상대가 없어요. 그 당시에는 나라도 못 살 때였으니까요. 요즘도 가끔 4·3에 대한 악몽을 꿔요. 무장대와 경찰도 아직 안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 당시에는 낮에는 경찰이 무섭고 밤에는 무장대가 무서웠으니까요.



1948년 시작된 제주4·3은 광복 이후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과 이념전쟁에서 비롯된 국가폭력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다양한 학살과 피해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청소년들은 오일남 할아버지와의 면담을 마치고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의 증언을 찾아보면서 4·3의 피해가 피해자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4·3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역사의 과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국가는 진상규명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지금도 생생한 그날의 증언이 아픔으로 남아있지 않고 깨끗하게 승화되길 기다린다. <오정심/제주NIE학회>

[수업계획하기]

▶수업 대상 : 중학생

▶수업 주제 : 제주4·3 피해자들의 삶 조명하기

▶수업성취기준

1. 제주4·3 피해자분들을 직접 면담하면서 기록할 수 있다.

2. 면담 내용을 정리하면서 피해자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3. 제주4·3 피해자 증언을 통해 기억해야할 일들을 알 수 있다.

▶수업 전 활동 : '오일남' 어르신 댁 방문해 면담하기

▶도입 : 면담을 다녀온 후 뒷이야기 나누기

▶전개 :

1. 인터넷에서 피해자들의 증언 찾기

2. 피해자들이 증언을 듣고 정리하기

3. 증언록을 통해 4·3 피해를 분류해보기

4. 제주인들의 피해 상황을 전체적으로 인식하기

▶활동 : 피해자들의 증언을 정리하고 생각 표현하기

▶정리 : 증언을 듣고 정리하는 시간은 청소년들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죽음, 고통, 절규, 분노 같은 말의 깊이를 헤아리기에는 세상을 보는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4·3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슬프고, 마음이 답답하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힘겨워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막막함이 구체적으로 다가올 때 완전한 진상규명 내지는 진실화해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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