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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진행된 도박 중독 예방 뮤지컬. [한라일보]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 중독으로 번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기의 도박은 더욱 치명적이다. 판단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기인 만큼, '잠깐은 괜찮겠지'라는 착각은 돈을 넘어 인간관계와 미래, 삶 전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게임 속 사이버머니, SNS 배너, 호기심을 자극하는 베팅 앱 등 도박은 이제 청소년 일상 가까이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이처럼 교묘한 유혹에 맞서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손잡고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과 뮤지컬 공연을 마련했다. 20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제주제일중학교 1·2·3학년 학생 180여 명이 참여해 도박의 실체를 직접 마주했다. 강의는 제주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김소연 강사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도박 상담을 하고 싶을 때 어디로 전화해야할까요?" 웅성거리던 학생들 사이로 한 학생이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1366이요!" 정확한 답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곧이어 스크린에 띄워진 한 장의 사진이 분위기를 차분하게 바꿔 놓았다. 먼지가 소복이 쌓인 자동차들. "이 차들이 세워진 곳은 어딜까요? 왜 이렇게 있을까요?" 김 강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조심스레 답했다. "카지노인 것 같아요." "돈이 없어서 못 가져간 게 아닐까요?" "정답입니다." 김 강사가 말하자 학생들은 화면 속 장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교육장을 채운 분위기에는 '도박의 끝'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무언의 공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강의에서는 도박의 정의와 중독이 진행되는 단계(승리-손실-절망-포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 등이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전달됐다. 김 강사는 "도박은 형사처벌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절도, 사기 등으로 번질 수 있고, 민사·행정적인 책임도 뒤따릅니다"라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 2부 순서로는 청소년 도박 예방 뮤지컬 'Hell'o'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도박에 빠진 청소년 '민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된 베팅은 점점 더 큰 금액을 잃게 만들고, 결국 친구들과 가족과의 관계까지 무너져 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번엔 꼭 이길 수 있어. 한 번만 더 해보자." 민우가 대사를 읊조릴 때마다 객석에서는 "안 돼!", "하지 마!" 등의 안타까움이 터져 나왔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장면에 학생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공연이 끝난 후 학생들은 간단한 OX 퀴즈와 함께 이번 교육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은 "노래 가사에 'Hello'가 반복되는데,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인사를 뜻하는 'Hello'의 이중적 의미가 도박의 유혹을 더 강하게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민우가 겪는 장면들에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박 문제는 더 이상 성인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도박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공감과 참여 중심의 예방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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