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 엉터리 운수 보기   ( 2020-12-23 04: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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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말 엉터리 운수 보기 노형동 시인 김승범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다. 경자년 쥐의 해가 저물고 신축년 소의 해를 앞두고 있다. 소라고 하니 불쑥 정지용의 ‘얼룩백이 황소’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연(정지용문학관 홈페이지) 마지막 연에는 명절풍속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않지만 그럴겨를도 없이 외우고 싶은 명시다. ‘금빛 게으름’은 애매하여 개념이 잡힐 듯 말 듯 아지랑이처럼 아롱거리며 아삼아삼해진다. 한해가 벌써 아니, ‘벌써?’ 이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어느새 달력의 마지막장이 달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마냥 아쉬워 할 일만은 아니다. 개인의 삶이나 나라의 삶이나 다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맘이 좀 편하기도 하다. 요즘 명리학 공부를 다니고 있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추미애와 윤석열에 대해서 엉터리 사주풀이를 한번 해본다. ‘추미애’는 추하지만 아름다운 면이 있고 애처롭기도 하다. ‘윤석열’은 윤기가 나지만 석두처럼 성질도 있고 고집스럽다. 열정이 지나쳐 결국은 꺾일 것이다. 추미애와 윤석열이 왜 이렇게 싸우는지, 이젠 오히려 정이 들었을 법도하다. 미운 정? 고운정? 애증의 정? 가만 들여다보면 전생에 부부였을지도···. 사람과 바람의 물결은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니, 세인들은 걱정하지 말고 “다 지나가리라” 하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나라의 운이 쇠하고 어지러워도 때가 되면 영웅이 나타나게 돼 있다. 조금만 더 견디면 이순신 같은 영웅이, 우리나라를 제대로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과히 걱정하지 마시고 하얗게 쏟아지는 눈이라도 감상하며 소확행을 찾아보기 바란다. 아침에 일어나니 쌀쌀한 날씨 속에 갇힌 한라산의 눈도 보이고, 소나무 사이로 아직 다 못 딴 귤을 매단 채인 귤밭이 보인다. 필자도 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는 밥 빌어다가 죽도 못 쒀먹을 지경이다. 귤 값이 좋지 않아 아직 다 따지도 못했는데, 귤 값은 점점 내려가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올해는 수확해도 파치 값이요, 안 따면 나무에서 썩을 판이다. 아내도 힘들게 해봤자 고생만 하는데 내년에는 아예 귤 농사를 짓지 말자고 한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다. 나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지금까지 몇 콘테나 따서 팔았지만, 고작 십삼만 원 벌었다. 은행에 갔더니 디디알인가 뭔가 태워야 된다고 하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소득증명원을 떼오라고 하니 기가 막히다. 일 년에 십삼 만원 벌었다는 영수증을 갖다주랴? 참 그것도 없다. 현찰 받은 것도 있고하니 통장에 아마 삼만 원쯤 찍혀있을 거다. 은행 문을 나오면서 직원에게 한마디 했다. “굶어죽으렌 햄쑤과?” 국민은 영 죽을 맛인데…. ‘추하다 추미애, 윤석열, 참 아시덜이라시민 그만 싸우라 덜, 영 고라시믄 좀직허다.’ 둘만의 싸움임지, 검찰 저항의 프레임인지? 그러나 역사는 흐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 위로하면서 우직한 얼룩백이 황소를 생각해본다. 내년은 올해보다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직한 황소걸음을 그 누가 막으랴? 퇴고하는 걸 바라보고 있는 아내한테 조심스럼게 말을 건네본다. “고구마나 솔망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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