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붐을 일으킨 중국자본의 실체과 제주도 개발의 이면을 그린 장편 '제주랩소디'를 펴낸 강준 소설가.

1년간 한라일보 인터넷 연재
두목회·하나도 프로젝트 등

중국 자본 실체 좇는 인물 그려


"누게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땅을 중국 사름들 드나들멍 열 배 스무 배로 올령 사켄허니 동네 사름덜 눈깔이 뒤집혀 분 거우다. 여길 떠나믄 어디강 무신 거 허영 먹엉 삽니까?" 하나도라는 섬에 사는 여인은 푸념하듯 이런 말을 뱉는다. 중국 자본은 제주도 관광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그 섬 전체를 공원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도가 강정해군기지를 견제할 수 있는 해상 요지로 그려진다.

제주 강준(본명 강용준)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랩소디'는 상상력으로 창조된 픽션이지만 개발 이슈가 꺼지지 않는 오늘날 제주의 현실이 배어있다. 2019년 3월 1일부터 2020년 2월 6일까지 강 작가가 한라일보 인터넷판에 주 1회씩 총 50회에 걸쳐 '갈바람 광시곡'이란 이름으로 고재만 화백의 삽화를 더해 연재했던 소설로 표제를 바꿔달고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장편의 구상은 제주시 산지천에 있던 중국 난민선 해상호에서 시작됐다. 그 후손을 포함 세 집안의 삼대에 걸친 인연과 우정 속에 부동산 붐을 일으킨 중국자본의 실체와 제주도 개발의 이면을 좇는 작품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제주 주재기자인 권용찬, 화교 3세로 자수성가형 인물인 왕금산, 건설회사 대표인 기회주의자 장종필이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가는 동안 전형진 전 제주지사의 사조직으로 견고한 네트워크가 구축된 두목회, 하나도를 매입해 중국 섬으로 만들려는 랴오닝그룹의 음모 등이 얽힌다.

소설 속 개발론자로 나오는 전형진 전 지사는 용찬에게 충고하듯 말한다. "하나도 개발로 건설경기가 살아날 거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생겨나고 관광객이 몰려들면 제주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거기다 연간 지방세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봤어?" 소설은 제주도의 하나도 프로젝트 취소 발표, 비리 정치인의 구속이라는 결말에 이르지만 제주 섬을 둘러싼 욕망이 거기에서 멈출지에 대해선 여지를 남긴다.

강 작가는 "제주는 이제 이주민과 외국인이 많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했다. 황금알.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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