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지오름. 강희만기자

지난달 31일에 진행된 두 번째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3월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꽃샘추위도 완전히 물러간 그런 날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따사로운 햇살이 반갑기도 했지만 혹여나 피부가 상할까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완전무장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날 코스는 크게 오름 두 곳과 안덕·저지 곶자왈을 통과하는 코스였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 덩굴식물이 우거진 덤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이다. 곶자왈의 가치가 알려지기 전에는 돌무더기가 많아 농사를 짓지 못하는 불모지로 활용가치도 없고 생산성도 낮은 지역이어서 주로 땔감을 얻거나 방목지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술적 가치와 곶자왈 생태 보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보존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오른 오름은 남송악·남소로기라고도 불리는 남송이오름이었다. 오름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신화역사공원 건설현장과 대정읍, 산방산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니 아직 잎이 올라오지 않아 벌거벗은 활엽수 사이로 산벚꽃과 문도지오름이 눈에 띄었다. 남송이오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분화구로 들어갔다. 남송이오름은 북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분화구 바닥에는 돌담이 있고 정리가 잘돼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대나무숲도 있는데 이곳이 과거에는 거주했거나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라고 말했다. 남송이오름 분화구는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이 소장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굉장히 유사한데 편백나무는 열매가 축구공 모양인 것으로 두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산제비꽃.

쇠뿔석위.

두릅.

남송이오름 분화구에서 빠져나와 안덕곶자왈로 들어갔다. '곶자왈'이라는 이름처럼 들어가서 빠져나올때까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가시덤불이 옷을 스쳤다. 안덕곶자왈에 들어서자마자 달래며 고사리며 두릅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어 봄나물에서 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갔으면 모를 뻔 했지만 나무 밑둥에 목이버섯도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어떤 참가자는 봄나물을 뜯다가 겨울잠에서 깬 세살모사가 옆을 지나가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점심 후 죽은 돼지의 형상을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는 문도지오름을 올랐다. 초승달처럼 생긴 산등성이가 길게 휘어져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 모양이었다. 죽은 돼지가 누운 형상은 잘 모르겠지만 천연잔디가 긴 능선을 뒤덮고 있었다. 문도지오름은 사유지이며 목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이 눈에 띄었다. 나지막한 오름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올라서니 제주도 서쪽 풍경을 모두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름에서 내려와 곶자왈을 마저 가로질러 백서향 군락지에 들어섰다. 제주시 한경면 백서향 군락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 백서향은 멸종위기종 2급 식물로 2~4월에 하얀 꽃이 핀다. 향이 천지를 갈만큼 진하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도 불리는데 곶자왈을 거닐다 어디선가 향기가 나서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바로 근처에서 백서향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에코투어에는 타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제주에서 두달 정도 여행을 할 예정이라는 노미경씨는 "오름과 올레길을 많이 갔다왔지만 제주의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됐다"며 "제주를 떠날 때까지 연속으로 에코투어를 신청하고 싶을 만큼 좋다"고 했다.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프로그램 3차 에코투어는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 16일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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