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들고 들꽃산책'에 실린 변산바람꽃. 눈과 바람이 한창인 겨울 숲에서 봄을 알리며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고 했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도감 말고
오름·습지·숲과 계곡에 사는

제주 들꽃 눈높이 맞춰 소개


그들은 식물 전문가도 아니고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메고 다니는 전문 사진가도 아니다. 그런 그들이 '식물도감'을 냈다. 이름해서 '폰카들고 들꽃산책'이다.

몇 줄의 제목에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다. "식물도감은 너무 복잡하고, 사진작가의 잘 찍은 작품사진은 실제 모습과 대비가 어려우며 헷갈리기조차 한다." 이걸 뒤집으면 그들이 책을 낸 이유를 헤아릴 수 있다.

'… 들꽃산책'을 묶어낸 이들은 '제주문화곳간 바람이 머무는 숲'이다. 18명의 회원들은 지난 여름 휴대전화 하나 들고 온통 들꽃 세상인 제주 구석구석을 누볐다. 기존 식물 도감을 참고하며 오름과 곶자왈 등을 틈날 때마다 두 발로 디뎠다.

섬을 휘감아도는 바람이 풀잎 사이사이 온 땅을 애무하며 씨를 뿌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때문일까. 제주는 땅덩어리 규모에 비해 설악산이나 지리산보다 갑절 가량 많은 식물종을 자랑한다. 한라산은 말 그대로 '식물의 보고'다.

190여쪽에 걸쳐 컬러로 묶인 책에는 120여종의 각양각색 들꽃이 실렸다. 오름, 습지, 숲과 계곡 순으로 '들꽃 친구'를 소개해놓았다. 꽃의 이름과 사진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사연, 꽃말 등을 촘촘히 담아냈다. 어여쁜 외모와 달리 왜 개불알, 망초 같은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말미엔 '찾아보기'를 넣어 가나다순으로 들꽃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먼저 독자를 반기는 들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변산바람꽃이다. "하이얀 다섯 장의 꽃잎과 보랏빛 머금은 꽃밥과 연녹색을 띤 노란 꽃의 조화는 우아하고 세련되며 기품과 격조가 남다르다. 아직 눈과 바람으로 겨울이 한창인 숲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과 성실함도 늘 부지런히 집안을 챙기시는 어머님을 영락없이 닮았다." 눈 날씨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즈음, 변산바람꽃이 더없이 기다려진다.

프랑스에서 온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이 학명에 붙었다는 한라부추는 맨 마지막에 자리잡았다. 보랏빛을 뿜어내는 백합과의 한라부추는 한라산 1100 고지 습지에 무리지어 만개했을 때 장관을 이룬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에 한번 더 눈여겨보게 된다.

김천석 대표는 "평소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며 "한정적인 여건으로 더 많은 들꽃을 담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모자람은 늘 다음에 채울 여분으로 남겨둔다"고 했다. 도서출판각.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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