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하의 낮은 수온으로 여름철 명소로 불리고 있는 삼양동 담수풀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원한 용천수에 무더위를 씻어내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폭염에도 수온은 5℃ ‘무더위 날리는 한방’
검은모래·옛 포구·보물 5층 석탑 등도 인접

제주시 삼양동 선사유적지를 보듯이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왜 삼양에서 살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미뤄 짐작건대 해안가에서 시원하게 솟아나는 풍부한 용천수 때문일 것이다. 북두칠성의 기운이 비치는 ‘삼첩칠봉((三疊七峰·3개로 겹쳐지면서 7개의 봉우리로 형성된 모형)’의 원당봉에서 기도를 올려 태자를 얻으려던 원나라 순제의 부인인 기황후와 당시 제주를 찾았던 원나라 사신들도 마셨을 물이 바로 해안가를 따라 샘솟는 용천수일 것이다.

삼양동 해안 용천수는 제주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예전 생수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항공기에 음용수로 싣던 물이 바로 삼양 용천수이기도 하다.

이런 시원한 용천수는 때론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날려주는 ‘한방’을 갖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30℃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수온은 5℃ 이하를 유지한다. 물에 닿는 것만으로도 그 차가움에 혈관이 수축하는 기분 좋은 통증의 마력을 갖고 있다.

삼양동주민센터가 몇해 전 바다로 흘러가던 용천수를 막아 야외 담수풀장을 만들었다. 예전 동네사람들과 가축들의 식수이며, 목욕탕이고, 빨래터이던 이곳이 여름철이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시간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피부에 와닿는 공기의 청량감으로 무더위를 금세 잊을 수 있다.

‘엉덕물’은 도로 바로 위로 바위그늘집자리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고, 그 밑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물을 가리킨다. 그 밑으로 우리가 피서를 즐기는 ‘셋다리물’이 있다. 그 옆에는 큰물이라는 여성 노천탕과 함께 대략 40~50m 거리를 두고 남성 노천탕이 있다.

다른 곳과는 달리 검은모래사장을 갖고 있는 삼양해수욕장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몸을 씻는 곳은 서너곳이 된다. 삼양1동 셋다리물이나 ‘물이 달다’는 의미를 가진 삼양2동 가물개(감수촌·甘水村) 그리고 삼양1동 마을 끝지점에 있는 동가름(동쪽마을)에 있는 용천수 목욕탕이 그곳이다. 대부분 무료로 이용이 편하다.

셋다리물 옆으로 1968년 축조된 옛 포구도 정겹다. 그리고 밤바다를 배경으로 환하게 비추는 조명도 아름다운 해안도로의 볼거리다. 그리고 지척에 원당봉과 보물로 지정된 불탑사 5층 석탑, 올레 18코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셋다리물은 10m도 채 안 되는 길이지만 저마다의 위치가 정해져 있다. 맨 위의 물은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고, 그다음으로 야채나 몸을 씻는 곳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끝자리는 빨래를 하는 장소다. 그 정해진 자리를 침범하면 안 된다. 마냥 흘러 바다로 가는 물이라 할지라도 마을 사람들은 그 오래된 전통을 대물림하며 생명수를 지켜왔다. 때문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떠드는 장소이기에 앞서 생명수를 지켜온 마을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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