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전세버스업체다. 제주도관광협회 조사 결과 가동률이 1%에 불과한 곳도 있으며, 기껏해야 10% 정도에 머물러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사진은 메르스 여파로 발 묶인 전세버스. 강희만기자

3천만원 대출에 1억5천만원 차량 5대 담보 요구메르스 지원책 절차 복잡·규모 미미 신청 포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가 잠복기 중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를 맞은 제주관광은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아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일부 여행사와 호텔은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등 대부분의 관광사업체가 메르스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경영안정자금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지원규모가 미미해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라일보는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9일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찾아가는 편집국'을 운영했다. 이날 만난 관광협회 18개 분과 위원장과 관계자들은 메르스 지원대책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메르스 사태를 제주관광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메르스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이 전세버스업체다. 관광협회 조사 결과 업체에 따라 가동률이 1%에 불과한 곳도 있으며, 기껏해야 10% 정도에 머물러 업계 전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요즘 가동률이 5%도 안된다"고 털어놓은 고수은 전세버스업분과 위원장(동양썬라이즈관광 대표)은 "메르스 때문에 올해 방송을 몇번 탄 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꺼냈다. 그는 "관광진흥자금을 융자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에 갔더니 요구하는 서류만 15개가 넘고, 그게 마무리됐다면서 연락이 와 금융기관에 갔더니 또 필요한 서류가 20가지"라며 "300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1억5000만원짜리 전세버스 5대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표 재산등기부등본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결국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찾아오면서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뤘던 관광호텔도 이젠 밤이면 불이 켜진 객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송동희 관광호텔업분과 위원장(뉴크라운관광호텔 대표)은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문닫는 호텔도 줄줄이 생기고 있다"며 "행정당국이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건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7~8월 예약이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여름 성수기도 끝이 났다"며 "관광호텔은 직원이 최하 50명이기 때문에 2~3개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 몇달이라도 버틸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상수도이용료 절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석 외식업분과 위원장(덤장 대표) 역시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2개월째 적자를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회원사들도 직원들 봉급과 기본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오지만 해답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답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당국은 도움을 줄 생각은 않고 위생검사를 나와서 묻기에 어이가 없어서 대답을 못했다. 손님이 없으니 물건도 없고 걸릴 것도 없다"고 당국의 대응을 꼬집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광사업체 대표 등 관광 분야의 각계각층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도지사를 만난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하루 전에야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놓을 만큼 준비되지 않은 이미지 행정의 실상이 드러났을 뿐이다.

고승철 관광지업제1분과 위원장(일출랜드 전무)은 "도지사가 바뀐 지 1년이지만 역시 소통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1년 전 세월호 때도 맨날 대책회의를 했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관광 분야 컨트롤타워부터 세워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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