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실의 문연路에서] 세계가 주목한 송악산, 보호방안은

[고은실의 문연路에서] 세계가 주목한 송악산, 보호방안은
세계, 송악산의 역사성과 지질학적인 가치에 '주목'
  • 입력 : 2021. 08.03(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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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보호방안 고민할 때




이번 달부터 6년간의 휴식을 마치고 송악산 정상부 일부가 개방된다. 하지만 송악산 서쪽 언저리는 사람의 발자취로 인한 훼손을 치유하기에는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언제면 송악산 전체를 마음껏 둘러볼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송악산 주변은 올레 10코스로 많은 탐방객들이 걷는 곳이다. 딱히 이 코스 만이 아니더라도 송악산 탐방로에 들어서면 산방산부터 이어지는 해안선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 볼 수 있는데 형제섬을 넘어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한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발을 돌려 해안가로 내려가 보면 동굴진지들이 과거 아픈 사실을 토해내듯 파도와 맞서고 있다. 주변 너머에도 80여년 전 우리 조부모들이 강제 동원되어 만들어진 군사시설들이 역사를 알려주듯 가려진 숲 사이로 그 흔적을 보여 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송악산은 이 정도 일 것이다.

지난해 2월, 송악산 개발사업과 맞물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표출된 찬반이 갈리는 요구 사항 때문에 송악산의 가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송악산 일대는 1994년 수립된 종합개발계획에 의해 관광지구로 지정되었고, 유원지로 고시된 후 몇 차례의 개발 중단 속에서도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토론회에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세계는 송악산의 역사성 외에 지질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송악산 일대는 화산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화산이 분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선사시대 인간과 동물의 흔적을 화석으로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학술적 가치와 학계 인지도 역시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보다 검색 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단순히 알고 있던 역사유적보다 더 많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시대까지 역사적 자원이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처럼 세계유산급의 가치를 지닌 송악산이지만,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은 물론 지질공원의 대표명소에서도 제외되어 어떤 법적보호망에서도 관리되지 않고 있었음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송악산과 주변 인문학적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해오지 못했던 것이다.

벌써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표명하고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지 15년이 지났다. 많은 외자 유치와 종합계획에 의한 각종 개발사업들이 자연·문화 경관들을 변형시키고 있고, 정주환경 개선이란 이유만으로 공간의 확장은 과거의 습속을 소멸시키고 있다.

급속히 사라지는 자연문화경관과 문화정체성까지 희석되는 현실에서 세계 유수학자들에 의해 학술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주변 자원에 대해 우린 보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먼저 세계가 주목한 자연을 위해 후세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보전이란 제도권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존과 상생이란 이름으로 가장된 지역 이기주의에 국한된 활용 논리는 이제는 벗었으면 한다. 우리의 것으로 있는 그대로 보호하고 있다가 후세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가치 있는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우리가 최대한으로 보호하는 것이 세계가 인정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고은실 의원/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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