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愛빠지다] (4)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

[2021 제주愛빠지다] (4)민복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장
“느리게·자주 소통해야 갈등 풀리죠”
  • 입력 : 2021. 07.23(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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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7년차에 접어든 민복기 센터장.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 해결책은 '소통'이라 말했다.

주민 주도 사회혁신운동 펼쳐
“각자의 삶의 양식 인정해야”

'사람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통찰, 삶에 질문을 던지고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자.' 민복기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장 개인 SNS에 적힌 글이다. 그는 글처럼 삶의 바퀴를 굴리고 있는 듯 했다. 제주가 좋아 삶의 터전을 바꿨다는 대다수 이주민과 달리 그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 제주로 왔다.

민 센터장은 "서울에서 정부 부처 정책 홍보 컨설팅과 공익광고 기획 일을 했는데, 내가 바라던 삶과 거리가 있었다"면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비영리 공익사업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제주 이주 첫해,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행복나눔제주공동체'에서 사무국장으로 '사회 혁신' 운동을 시작했다. 사회 혁신 운동은 최근 생겨난 비영리 공익활동의 개념으로, 지역 주민이 스스로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모든 일들을 일컫는다.

'왜 집 주변에 클린하우스가 있는데도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되는지', '왜 우리 동네 골목길은 어두운지' 등 주변의 사소한 문제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회 변화를 이끄는 모든 것이 사회 혁신 운동에 포함된다.

민 센터장은 "제주의 비영리 공익활동은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운동적인 성격이 강하고, 또 해당 단체 주도로 이뤄지다보니 환경이면, 환경, 노동이면 노동 등 그 목적이 뚜렷했다"며 "단체 설립 목적에 상관 없이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비영리 공익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제주의 생활 경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풀어놓고 공유하는 '톡톡제주(talk talk jeju)' 캠페인, 제주어 보존을 위해 자신의 반-착(반쪽) 제주어를 선정하고, 이를 명함 뒷면에 새기는 '반-착 프로젝트', 생명·인권, 환경보전, 제주 밤하늘의 가치, 유기동물 문제 해결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해결하려는 주민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00으로 만난 사이' 등 민 센터장이 그간 해온 공익활동은 뚜렷한 경계가 없다. 오로지 주민 스스로 사회 변화를 도모한다는 공통된 주제만 갖고 있을 뿐이다.

어느덧 이주 7년차가 돼 이주민과 선주민 경계 사이에서 중간쯤 되는 것 같다는 그는 제주 사회에 무리 없이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로 직장 생활을 꼽았다. 그는 "직장 생활하면 하루의 절반 가량을 선주민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러다보니 다른 이주민들보다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민 센터장은 최근 제주에서 나타나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갈등은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제가 제주에 왔을때 마당을 손질하고 있으니 마을 주민 분들이 제조체를 뿌려 잡초 같은 것을 모두 없애라고 했다"면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지만 생각해보니 그 분들은 하루 종일 농사를 하고 왔는데 집에서도 같은 일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각자의 삶의 양식이 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결책은 결국 소통이다. 단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민 센터장은 "갈등이 발생하면 빨리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의 삶의 방식이 다른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을총회를 열어 찬반을 결정 지어 승복하라고 한다면 갈등은 해결될 수 없다. 문제 해결 과정이 오래 걸리지만 많은 시간과 잦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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