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시대를 어떻게 읽고, 뛰어넘었나

그림은 시대를 어떻게 읽고, 뛰어넘었나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
근·현대 작가 25명 초대 유화, 수묵화, 영상, 도자기 등 70여 점
가족·소나무·백자·대나무 네 영역 작품에 비친 사회상과 변화 양상
  • 입력 : 2021. 06.16(수) 16:0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이만익의 '도원가족도'(캔버스에 유채, 2009).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는 이 시대를 '진짜' 구현하고 있는가. 화면 위에 형상화된 나무와 꽃들은 인위적인 문화와 대비를 이루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일까.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이달 22일부터 기획전시실 1~2관을 통틀어 펼쳐지는 기획전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관람객들이 주체가 되어 찾아보라고 말한다. 기획전 제목이 이렇다.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

"그림을 본다는 것은 시각 활동이 아니라 인식 행위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말하고 어떤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면서,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을 확장하고 사색하는 행위이다." 이 말에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의도가 응축되어 있다.

미술관은 관람객들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가족, 소나무, 백자, 대나무 등 4개의 영역으로 나눠 전국 국공립미술관 소장품 등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4개 영역 각각을 소재로 한 유화, 수묵화, 사진, 영상, 도자기, 조각 등 초대 작가 25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근·현대 작가들의 작업의 변화 양상, 이원적 세계가 해체되어 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전통적 가족상이 붕괴되면 당장 공동체에 금이 갈 것처럼 여겼지만 이젠 혈연과 무관한 복합적 가족이 등장하는 시대다. 소나무나 백자 소재 작업들에선 실재와 허구의 경계 혹은 그 같은 구분이 무너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 사군자의 하나였던 대나무는 현대 작가들에게 더 이상 추구해야 할 이념이 아니다.

배운성의 '가족도'(캔버스에 유채, 1930년대). 국가등록문화재에 오른 작품이다.

대나무 영역에 소개되는 김선영의 '가든 블루'(천에 혼합재료, 2018).

작고 작가로는 이중섭의 은지화 '게와 가족'(1950년대) ,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배운성의 '가족도'(1930년대)를 비롯 백자 그림으로 유명한 도상봉, 경주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손일봉, 월북 작가 임군홍, 이수억, 이만익 작품이 나온다. 배병우·구본창의 사진, 임창민·이이남의 미디어 작품도 볼 수 있다. 제주 출신 고영훈· 문봉선, 제주에서 활동하는 부현일, 이왈종, 유창훈, 고용석 작가도 초대됐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이어진다. 내달부터는 초대 작가 중 7명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710-4273.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7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