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회의 "우리들의 헌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작가회의 "우리들의 헌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4·3 73주년 추념시집 '거기, 꽃 피었습니까' 발간
  • 입력 : 2021. 06.14(월) 18:1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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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제문처럼, 제물처럼 시를 쓰고 빚어 4·3영령들 앞에 진설해왔다는 제주작가회의. 9월 말까지 제주4·3평화공원 정문에서 추념 시화전을 여는 제주작가회의가 그곳에 전시된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을 엮었다. 비매품으로 제작된 '거기, 꽃 피었습니까'로 70편 넘는 시들이 실려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강덕환 시인 등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은 19년째 이어지는 추념 시화전을 두고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됐네." 하지만 그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21세기 백주대낮에 미얀마에서 자행되는 민간인 학살이 어찌 제주 4·3과 무관한 일이냐고. 73주년이 되는 올해 역사상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추념식장을 다녀갔지만 친일 시인의 '푸르른 날'을 인기 가수가 부를 때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시인들은 4·3특별법 개정이 이뤄지고 4·3수형인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오늘날 묻는다. "거기, 꽃 피었습니까?" 해원과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헌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들은 "4·3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진실은 어떻게 만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디더라도 봄은 오고, 끝끝내 꽃도 피어나리라는 걸 믿는다"고 했다.

수록 작품들은 '시로 읽는 4·3생애사'를 주제로 쓰였다. 4·3희생자나 유족, 체험자들의 삶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데 방점을 두고 4·3이 한국에 미친 영향, 4·3 미체험 세대의 시선, 한국전쟁 전후 시기 타 지역의 사례 등을 공유하는 도내외 시인들의 시편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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