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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의 한라시론] 제주 생명의 원류, 천미천을 위하여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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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천은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한라산 동쪽 돌오름 기슭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조천읍 중산간지역의 부대악과 부소오름 앞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향한다. 이후 송당리를 지나 성읍리, 신풍리를 거쳐 하천리 바닷가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천미천은 조선시대 지리학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도 매우 길고 복잡한 하천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후 현장조사와 항공사진을 확인한 결과에서도 천미천은 꾸불꾸불한 곡선의 사행천으로 수많은 지류들을 품고 있는 하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중산간지역 하천의 중류부터는 평지 위에 길게 흐르고 있어서 하천 곳곳에 물이 고일 수 있는 크고 작은 소(沼)들이 다른 하천들과 비교될 만큼 매우 많이 분포한다. 하천 양안은 제주의 여느 하천과 마찬가지로 울울창창한 활엽수림이 형성돼 마치 띠 모양의 긴 숲 지대가 이어진 형상이다. 이러한 천미천의 생태환경은 다양한 동식물들의 서식공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천미천이 대중적으로 도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 한라일보의 기획물 '한라산 학술대탐사'에서였다. 취재팀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도내 주요하천을 탐사해 보도하는 방식이었는데, 시민들은 기사를 통해 천미천의 아름다운 경관, 다양한 생태계, 하천 지질의 특성을 접하며 제주 하천의 진면목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천미천이 자주 범람하는 이유도 천미천을 포함한 한라산 동부지역 일대의 지형 지질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천미천은 한라산 동부 중산간지역을 관통하는 유일한 하천인 만큼 비가 오면 이 일대 모든 물들이 천미천으로 모여든다. 그러다보니 하류지역은 해마다 홍수가 발생해 침수피해를 겪는 일이 잦았다. 당국에서는 하류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래전부터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했다. 그 과정에서 하류지역 천미천 하상이 크게 훼손돼 하천 바닥의 원형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10㎞ 가까이 하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농업용수 공급 및 홍수예방을 목적으로 성읍댐이 조성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인위적인 행위로 천미천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천미천은 과거 하류 지역의 재정비 계획은 물론 최근에는 중류 지역까지 하천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장조사 결과 행정당국이 내놓은 정비사업 근거와 타당성에 의문이 드는 점이 많았다. 하천 중류 지역 사업구간 주변의 토지이용현황을 보니 주택이나 농지가 아닌 수림지대 또는 목장용지들이어서 홍수예방을 위한 공사구간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류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토지보상 대상 농가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정비사업 이후 하천범람 피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하천정비를 위해 당국이 토지수용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천정비사업뿐만이 아니었다. 정비구간 바로 인접해서는 천미천의 비경을 배경으로 타운하우스 건설이 한창이었다. 재해위험지구에 대규모 개발을 허가해 준 셈이다.

건천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주의 하천은 자연계에서 주목받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의 하천은 제주 생태계를 대표하는 환경 중에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천미천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다양한 생태환경을 품고 있는 제주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무관심한 관리정책과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돼서는 절대 안 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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