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우의 한라칼럼] 마늘 웃프다

[김윤우의 한라칼럼] 마늘 웃프다
  • 입력 : 2021. 05.11(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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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정말 웃프다 ㅜㅜ"

내일 모레면 70을 앞둔 고향선배로부터의 문자 메세지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긴 한숨과 함께 토해내는 이야기 주제는 마늘이였다. 일전에 마늘포전거래가격 상승으로 기분좋게 인터뷰까지 했던 주인공인데 목소리 힘이 그 전과 사뭇 다르다. 그 선배의 하소연은 다음과 같다. 일단 마늘산지가격은 충분히 높게 형성되리라는 전망이다.

얼마 정도나 될 것 같냐는 물음에 거침없이 ㎏당 3500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확신에 찬 답을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꽤 괜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확량이 크게 줄 것 같다"라는 힘 없는 답으로 앞서 준 문자 메세지의 내용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불과 열흘전만 하더라도 높게 형성되는 포전거래가격으로 싱글벙글(?)거리던 마을풍경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 같은 수확량으로 인해 지금은 말 그대로 웃프기만 한 모양새라는 얘기다.

낮과 밤 기온이 현격하게 다른 일교차가 이런 사달을 만드는 것 같다.

아직도 어느 정도는 뚜꺼운 이불이 필요한 아침 기온으로 볼 때 마늘 생육에 필요한 적정온도는 필수적이다.

특히 구 비대기인 지난 4월 중순이후 적정 생육온도는 마늘구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그렇다

이로 인해 평당 수확량이 평년(7㎏)에 비해 2㎏정도가 감량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구 비대 미숙으로 인한 상품가치 하락으로 수취가격 감소도 마늘농가들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이 선배의 또 하나의 고민은 일손 부족이다. 가뜩이나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일정정도 모자란 일손을 보충해주던 외국인 근로자 마저도 코로나로 입국이 어려워져 그야말로 농촌일손 부족현상은 업친데 덮친꼴이다.

마늘쫑 출현이 예년에 비해 5~7일 정도 빠른 것으로 볼 때 이번 주 부터 마늘 수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계화 작업이 어려운 마늘특성으로 파종에서 부터 피복과 타공 그리고 쫑뽑기를 거쳐 마늘을 뽑고, 자르고, 망사에 담는 전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다. 여기에다 마늘 수매기간이 짧아 대부분 농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작업일정을 진행하다보니 수확기 일손 부족은 물론 인건비 상승까지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들이 들으면 섭섭할 표현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마늘수매형태는 25년전인 1996년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농가가 수매현장까지 마늘을 실어오면 차량 개근과 함께 검품을 하고 일정량은 수매와 동시에 육지부 수매업체로 나가고 나머지는 저장을 하는 사업형태가 1990년대 중반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다.

낮과 밤의 온도차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한 부분이야 어쩔수 없다 해도 차제에 수매방법을 바꿔보는 것은 어떤가 싶다. 일찍이 거론이 돼왔던 마늘 건조시설 구축이다.

물론 적지 않은 사업비가 투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겠지만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농산물 보관창고나 비료 창고 등을 활용하고 일정부분은 농가 창고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잘 건조된 마늘을 대상으로 예약 순회수매를 진행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몰렸던 일손 부족을 덜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마늘의 상품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가 있기에 이런 제안을 해보는 것이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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