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도시의 품격은 건축·공간환경에서 드러난다

[양건의 문화광장] 도시의 품격은 건축·공간환경에서 드러난다
  • 입력 : 2021. 04.27(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들의 일상은 도시 공간 내에서 연속된 시공간의 체험이 누적돼 이뤄진다. 그래서 도시공간구조에 대한 도시민의 인지도 차이가 행복한 일상, 삶의 질에 즉각적으로 연계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조망하거나, 도시 구석구석을 걸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촉각적 감각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도시공간구조를 파악하려는 도시민의 본능적 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의 공간구조를 알아보기 쉽게 하는 일은 도시계획 및 경관 계획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도시의 이미지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로서 1960년대 행해진 미국의 도시학자 케빈 린치(Kevin lynch)의 실험을 들수 있다. 이 연구는 도시 이미지를 구성하는 5요소로서 도로, 결절점, 경계, 지역, 랜드마크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케빈린치의 이론은 도시의 이미지를 이해하기 위해 분석의 틀로서는 유효하나, 도시민의 삶에서 비롯된 도시공간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생활권 중심, 장소 중심의 '공간환경'과 '건축물'로서 도시공간을 분석한다면, 도시의 이미지에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효과적 계획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시의 모습을 그림에 비유한다면, 건물은 '전경(figure)'이고, 공간환경은 '배경(ground)'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요소의 조화로움이 그림의 가치가 되듯이 건축물과 공간환경의 조화가 그 도시의 품격으로 드러난다. 도시를 여행할 때, 첫 인상은 건축물에서 감지되지만 도시를 체험할수록 공간환경에 의해 그 도시의 문화적, 경제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즉 공간환경 전략계획이 시민의 일상과 유리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수립돼 있다면 그 도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척도로 볼 때 제주 역시 그 시기가 도래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간환경 전략계획은 누가, 어떻게 수립하는가의 난제가 있다. 공간환경을 정량적으로 제어하는 도시 계획이나 건축물에 한정된 건축 행정 업무로는 건축공간환경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계획하는데 역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이 건축기본법에 근거한 민간전문가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팀에는 낭보가 있었다. 제주도가 국토교통부 주관 '민간 전문가 운영 및 공간환경 전략 계획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2억7500만을 확보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공간환경 전략계획의 시급함에도 코로나 정국으로 예산 확보가 힘들었던 차에 업무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금번 공간환경전략 계획공모의 안은 제주시 원도심 지역의 3대 하천 및 주요 가로를 네트워킹해 그린 그리드(green grid)를 형성함으로써, 자연 친화·보행친화도시를 제안한 구상이다. 타시도에 비해 공공건축가들의 세심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지형과 도시구조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공모 제안이었다는 호응을 받았다 한다.

따라서 이제 민간전문가를 활용한 제주도 전역의 '공간환경 전략계획'의 수립은 시의 적절하다. 이를 통해 제주의 공간구조가 확연해지고, 도시민의 일상이 건축과 공간환경에 녹아 들 때, 도시의 품격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양건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건축학 박사>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34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