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이 키운 메밀 경관 속 자청비 신화

제주 마을이 키운 메밀 경관 속 자청비 신화
바람씨어터 '봄날에 자청비, 두 배의 씨앗' 공연
4월 28일 조천읍 와흘메밀마을서 두 차례 열려
  • 입력 : 2021. 04.25(일) 16:3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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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연된 '그사이 메밀꽃'. 사진=바람씨어터 제공

강원도 봉평을 배경으로 1936년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영향 때문일까. 메밀은 곧잘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 먼 아득한 시절에 생겨났을 제주무속신화에 이미 메밀이 있었다. 자청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경본풀이다. 이 신화엔 농경신 자청비가 지상으로 내려올 때 하늘에서 메밀 씨앗을 받아왔다고 했다. 예로부터 메밀 농사를 지었던 제주는 오늘날 메밀 최대 생산지로 통한다.

제주의 바람씨어터가 메밀이 자라는 제주 땅에서 자청비를 다룬 공연을 펼친다. 이달 28일 오후 3시와 6시 와흘메밀마을(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455)에서 열리는 '봄날에 자청비, 두 배의 씨앗'(한은주 작, 연출)이다.

바람씨어터는 2017년 배우 한은주의 '모노드라마 자청비'를 시작으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신 자청비의 신화를 소재로 꾸준히 공연을 이어온 단체다. 지난해엔 '그사이 메밀꽃'이란 이름으로 서점, 카페 등 문화공간을 찾아가는 공연을 벌였다.

이번에는 10여 명의 출연진들로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극을 만들었다. 자청비 신화에 관한 창작곡을 소개하고 관객과 함께 부르는 등 마을 안으로,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공연 속에서 소통의 기회를 넓히게 된다.

특히 이 무대는 지난해 공연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와흘리 사람들이 2020년 11월 말 동네에서 진행된 자청비 공연의 감동을 기억하며 4월 초에 공동으로 메밀씨를 뿌렸고 메밀꽃이 피어날 무렵에 그 밭 한가운데로 초청했다.

바람씨어터 측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가 요구되고 공연예술의 영상화와 온라인화가 주된 대안으로 요청되는 이 시기에 오히려 우리의 작업의 본질을 성찰하면서 유연하게, 소박하고 작게 직접 만나는 공연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말로 이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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