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홀어멍 그리고 미혼모

[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홀어멍 그리고 미혼모
  • 입력 : 2021. 04.21(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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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정인의 사건. 정인이를 입양한 후 학대를 일삼다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게 했던 양부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이 못지않은 충격적인 일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친부모에 의해 학대 당하다 생을 마감하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다.

반면 연예인 사유리씨가 자발적 비혼모가 돼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의 소식은 화젯거리가 됐고 방송출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 말들이 많다. 소위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뜻밖이었다. 엄청난 변화 속에 사는 21세기에 가족의 형태는 여전히 과거 고정관념에 머물러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출산장려정책을 내놓는다. 아이를 출산할 경우 직접적 금전지원은 물론 각종 지원책으로 아이 낳기를 권한다. 인구가 급감하는 지자체는 상당한 액수의 현금지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7개국에서 207위로 세계 최하위다. 이런 정책들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증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사회현상과 정책, 우리의 인식이 각자 따로 놀고 있다. 의식은 19세기에 머무른 채 20세기의 정책을 갖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변화된 산업의 형태는 가족의 형태도 변화시켰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기준은 여전히 농경시대의 고전적 가족의 형태에 머물러 예외를 인정 못한다. 그러다보니 모든 정책지원 역시 과거를 기준으로 삼아 현 사회 내 잠재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변한만큼 가족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이유에서 한 부모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이혼가정은 물론 미혼모까지 우리사회의 일반적 가정형태로 인식돼 사회 정책적 혜택 안에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 출산장려책 대부분은 남녀의 결혼을 전제로 한다. 미혼모 등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정인이 사건은 예견된 일인지 모른다. 미혼모가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면 과연 입양을 했을까? 수많은 미혼모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돼거나 생명의 싹을 터 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는 사례들을 봐왔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던가? 앞에서는 출산장려 정책을 내세웠지만 우리는 사회 구성원이 낳은 아이들을 수없이 버려왔다.

미혼모는 우리사회의 어둠이 아닌 희망이다. 아이를 낙태하고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만 생명을 잉태하고 낳았다. 힘든 결정 앞에서 용기를 내어준 위대한 어머니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상,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들이댔고, 그들에 대한 정책에 인색한 채 시혜를 베푸는 차원으로만 접근했다.

서구의 미혼모 정책은 파격적이다. 주택 지원은 물론 기본 생활비 지원까지 최소한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캐나다는 주택 및 생활비 지원은 물론 미혼모에 대한 교육과 취업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미혼모에 대한 생활비 지원액을 늘렸더니 지역 경기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사례가 보고된다.

그동안 우리는 홀어멍이 되어서도 아이를 키운 어머니들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지 않은가? 이제 그런 미덕을 다시 발휘해 우리 사회의 미혼모들 역시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보다 안락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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