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이 아픔 씻어내길" 73주년 4·3 추념식 거행

"봄비가 이 아픔 씻어내길" 73주년 4·3 추념식 거행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3번째 참석해 4·3 영령 위로
국가 폭력 다시 사과 "국가 트라우마센터 승격" 약속
  • 입력 : 2021. 04.03(토) 10:4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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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경찰청장 사상 첫 참석 과거사 해결 의지

제73주년 제주4·3추념식이 3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코로나19 사태와 비 날씨 영향으로 참석 인원이 역대 최소인 70여명으로 제한됐지만 이번 추념식은 그 여느 때보다 의미가 깊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4·3 완전 해결의 기틀을 마련한 4·3특별법 전부 개정안 통과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연속 추념식을 찾아 4·3영령들과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4·3 역사 상 처음으로 군·경 최고책임자가 나란히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 폭력의 역사를 반성했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제73주년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제주4·3평화교육센터 다목적홀에서 봉행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오임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좌남수 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정부 측 인사로 문재인 대통령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장관,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제주 국회의원 3명 등이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직무대행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있다.

이번 추념식에는 사상 최초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국방부 차관과 경찰청장이 2019년 광화문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감을 표명한 일은 있었으나, 군경 최고 책임자가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참석은 공권력 집행기관의 책임자로서 4·3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과거사 문제 해결을 향한 의지로 평가된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제주4·3 유적지를 소개하는 영상 상영, 묵념사, 추념사, 추모영상,상영, 유족 사연 소개,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73주년 제주4·3추념식 날 제주 전역에 봄비가 다녀가고 있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이 비와 함께 씻겨 내려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마친 후 당시 부모와 오빠를 잃은 손민규 어르신을 위로하고 있다.

이어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도 함께 참석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걸음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포용과 화합으로 받아주길 바란라. 국가가 국가 폭력의 역사를 더욱 성찰하고 반성하겠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4·3특별법 전부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찾게 됐다"고 평가한 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영령과 유가족,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다듬고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후속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2162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4·3트라우마 센터에서 심료 치료를 받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다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며 "다시 떠 올리기 싫은 그날의 기억들을 꺼내 놓고 혼자 안고 살아야 했던 응어리를 풀어가신다니 늦게 나마 보람스러운 일"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국가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임종 유족회장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 통과 소식을 전하며 희생자들의 영면을 바랐다.

오 회장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73년 만에 제주에 혹독한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며 "이 새싹이 평화와 인권이 존중되는 정의로운 나라,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일에 제주4·3영령들이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인사말에서 "연대와 화합의 힘으로 21년 만에 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됐다"며 "4·3 해결을 향한 동력을 잃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희생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반영돼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적 진실을 영원히 기억하는 진정한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좌남수 의장은 "국가 폭력에 의해 날조되고 굴레를 씌워 왜곡되고 외면당하면서도 끊임없이 화해와 상싱의 손을 맞잡아 준 도민들이 있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잘못된 과거사 청산과 용서와 화해, 상생, 인권과 평화가 넘치는 세계 평화의 섬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유족 사연 발표하는 대정여고 1학년 고가형(17) 학생.

한편 이날 유족 사연은 대정여고 1학년 고가형(17) 학생이 소개했다. 고 양은 외할머니인 손민규(87)씨와 외할머니의 오빠이며 4·3 당시 행방불명된 손돈규(1929년생)씨의 아픈 과거사를 알렸다.

손돈규 씨는 4·3 당시 19세로, 1949년 4월 3일 조천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출근했다가 무고하게 체포됐다. 이후 불법 군사재판으로 인해 대전형무소로 이감됐다가 6.25 전쟁 발발 후 행방불명됐다. 손돈규 씨는 유족이 대리한 재심에서 지난 16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가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 강희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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