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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우리 시대의 언어 Ⅱ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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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대통령 후보는 욕쟁이 할머니를 광고로 끌어들여 서민적 이미지를 홍보했었다. 언뜻 욕이 이미지 홍보 수단이 된다는 것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광고는 욕이 아니라 욕을 하는 할머니의 이미지가 주요 홍보수단이 됐다. 이전 드라마에서 차용되기도 했던 욕쟁이 할머니의 이미지는 입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넉넉한 우리네 심성 고운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욕은 배고픈 손님에게 국밥 한 그릇 슬며시 내어주고, 거칠지만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했던 서툰 다정함이었다. 애정이 담긴 욕은 때로는 정겨움과 친밀함이 되기도 하고, 어쩌면 격려와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욕은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언어이고,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 하더라도 욕일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에게 좋은 말을 쓰라고 훈육하는 이유는 언어가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이든 육두문자와 욕이 입에 잘 달라붙고, 입에 붙은 언어는 쉽게 그 사람의 언어가 된다. 학교와 사회에서 친구끼리 악의없이 내뱉는 육두문자는 우리 시대가 욕을 욕으로 여기지 않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욕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사회는 위험하다. 최근 연이어 폭로되는 학교폭력 사례에서 언어폭력의 심각성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언어폭력이 사람의 마음에 남기는 깊은 상흔은 그동안 애써 무시돼 왔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의 연예와 스포츠 기사의 댓글창이 폐지됐다. 인터넷 댓글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공론의 장이다. 인터넷이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의 전진기지이자 비난과 비방이 난무하는 언어폭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역기능에 대한 우려로 단행된 연예와 스포츠 기사의 댓글 규제는 사인에 대한 프라이버시권의 보호이기도 하고, 언어폭력이 도를 넘어선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기사에 대한 댓글 규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댓글은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넘쳐나 건전한 비판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정치 언어는 또 어떤가. 정치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올바른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면, 정치 언어는 정제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구사돼야 한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공격하기 위한 저급한 언어가 아니라 배려와 논의를 위한 여백이 있는 언어여야 한다. 차별과 배척의 언어가 아니라 포용과 관용의 언어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다. 졸지에 '중증 치매환자'가 되거나 '아줌마'가 되기도 하고, 하물며 '쓰레기'가 된다.

우리 시대의 언어는 어쩌면 욕쟁이 할머니의 서툰 마음이 아니라 거친 욕만 받아들이고, 정성스럽게 고아낸 국밥 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면서도 감사하는 마음까지 비워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어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그 마음은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어떤 마음을 언어에 담고 있는 것일까. 원한과 증오와 분노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 시대의 언어가 마음을 아우르고 치유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 팍팍한 봄 서로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격려의 한 마디로 마음의 봄을 부를 수 있기를.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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