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에서 채집한 고립과 고독의 오늘

제주 섬에서 채집한 고립과 고독의 오늘
제주현대미술관 2021 지역네트워크 교류전 '공의 매혹…'
입주작가 김시연·박서은 작품 중심 사진·영상 등 신작 전시
  • 입력 : 2021. 03.24(수) 18:0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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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박서은의 '그리고 사라지듯이'(단채널 영상, 2021).

섬은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다. 섬은 인간의 존재를 닮았다. 사람들은 섬과 섬처럼 홀로 떨어져 있되 서로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져 왔나를 증거한다. 그들이 이 시국에 제주라는 섬에 머물며 든 생각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제주현대미술관이 마련한 2021 지역네트워크 교류전 '공(空)의 매혹: 고립과 고독의 연대'다.

이달 23일 막이 올라 6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미술관의 연례전인 지역네트워크 교류전 특성에 맞춰 2020년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김시연·박서은의 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미디어아트 장르에서 한 팀으로 활동하는 두 작가는 지난해 10월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고 오는 10월까지 1년 동안 제주에서 작업을 이어가게 된다.

이들이 고립과 고독에 주목한 건 팬데믹 상황과 관련이 있다. 오롯이 혼자 남겨진 시간 속에서 섬처럼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는 오늘의 개인 등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작품에 실었다.

출품작은 지난 겨울 두 사람이 한라산, 사려니숲, 정방폭포, 마라도 등 제주를 대표하는 곳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사진, 영상, 레이저 프로젝션 매핑 등에 담은 신작들이다. 제주 4·3학살의 기억이 있거나 거친 풍랑을 매일이다시피 마주해야 하는 등 사연을 간직한 그곳에서 두 작가는 고립의 정서, 허상의 감정 등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에 대한 다차원적 관찰에 나섰다.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 '그리고 사라지듯이', '피로: 마라 73, 잃어버린 조각들', '각자의 방식' 등에 그 결과물을 풀어냈다.

두 작가와 더불어 고립과 고독에 대해 말하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놓였다. 프랑스에서 공부했던 김시연·박서은 작가와 인연이 있는 프랑스의 아리안느 까르미냑, 일본 다이쥬 사토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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