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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 제주를 바꾸다] (9)120주년 맞는 신축년 사건
"무의미한 죽음이 아닌 미래세대 교훈 되길"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1. 03.23. 09: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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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수열 신축항쟁120주년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 박찬식 제주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장, 현요안 천주교제주교구청 사무처장.

신축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이재수의 난'
갈등 넘어 화해·상생으로 나아가는 노력 필요
한라일보·(사)제주와미래연구원 공동기획


 1901년 제주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외래종교, 즉 천주교도들에 대한 제주 토박이 민중들의 저항인 이른바 '이재수의 난'이다. 신축년에 일어났다고 해서 '신축교난' 또는 시각에 따라 '신축민란', '신축항쟁'이라고도 불린다. 신축년 사건 안에는 복잡한 요소들이 많이 섞여 있는 데다 사건을 해석하고 인식하는 데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신축년 사건 120년을 맞아 신축년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교훈을 짚어보고 갈등을 넘어 화해화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은 공동기획의 일환으로 지난 16일 신축년 사건 120주년 기념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수열 신축항쟁120주년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과 현요안 천주교제주교구청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박찬식(사회자·박)= 천주교로 대표되는 외래문화와 제주도의 토착문화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다 1901년 5월 초 중앙정부의 조세 수탈과 당시 갈등을 빚었던 교회의 폐단을 시저하기 위해 민회가 열리고 민란이 시작됐다. 민군과 제주읍성 내 교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살상이 이어지게 됐다. 또 민군이 성내로 진입해 교민들을 관덕정 앞에 모아 놓고 수백 명을 한꺼번에 살해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사건을 해석하고 인식하는 데 많은 생각의 차이가 있는 데다 이름도 다르게 붙이고 있다. 사회적인 토론과 논의가 매우 절실하다. 각각의 입장에서 신축년 사건의 역사적 정의는.

 ▶김수열(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제주도민을 포함한 교인 수백 명이 참담하게 희생당하는 아픔이 있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하는 점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천주교의 신부님과 제가 같이 나와서 논의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화해와 상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한다. 당시의 도민을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문화적 탄압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제주의 자료를 지켜야만 했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내걸고 저항했던 게 신축 항쟁이 아닌가 한다.

 ▶현요안(현)=2003년도에 연달아 2년 동안 제주 1901년 기념사업회하고 이미 화해의 시간들을, 미래 선언의 시간을 가졌다. 중앙과 지방관들 사이의 갈등,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무속이라는 제주 토착 종교가 갖고 있는 문화적 정서에 대한 무시랄까 배척과 거부감 등이 갈등을 빚은 것이다.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

 ▶박찬식(사회자·박)=12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1901년 사건 신축년 사건의 성격에 대해, 입장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현요안(현)=세폐, 과도한 세금징수, 교회의 폐단이 합쳐져서 나중에 폭력적인 것들까지 합해졌다고 생각한다. 종교적인 순수함으로 봤을 때는 이단적이고 미신적인 것들이 강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입도하면 치외법권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특혜에 대한 유혹 등으로 인해 종교적·문화적인 면을 무시했다는 데 원인을 주지 않았는가 한다.

 ▶김수열(김)= 종교적으로 봤을 때 포교를 할 수밖에 없었겠다. 선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정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제주에선 어떤 나름의 종교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천주교라고 하는 세력들이 와서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새롭게 자기네 종교로 끌어들이는, 유입하는 과정에서 그건 너무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았나. 그게 제주도 사람들의 자존심을 크게 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 전에 이중적 수탈구조, 경제적 수탈구조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자존심을 건드려버린 거다.

 ▶박찬식(사회자·박)=보통 민란, 민중항쟁이라고 한다면 대체로 관청, 지배층, 관아를 대상으로 해서 지방 정부나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한 그런 투쟁으로 전개되는데. 왜 1901년 사건에서는 제주도민들이 천주교회를 상대로 투쟁했는가.

 ▶김수열(김)=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가 제주도민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 수탈 뿐 아니라, 제사상을 걷어 차버리는 등 너무 지나치게 도를 넘어서서 이런 폭발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한다. 종교가 이렇게 새로운 지역으로 선교하고 포교할 때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들의 정서를 배반하는 정도로. 배반하면서 들어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선교 과정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종교 형태라던가 무속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데에서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박찬식(사회자·박)=천주교 내 교리적인 특성에서 배타성이 강했는지?

 ▶현요안(현)= 우리 가톨릭교회가 반성해야 한다. 제주도라는 토양 안에 숭고한 가치와 만남을 이루지 못했다.

 ▶박찬식(사회자·박)=이 사건을 보통 이재수의 난, 민란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그런데 기념사업회는 신축항쟁, 교회에선 교난이라고 한다. 명칭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우선 이재수 이름이 붙은 이유는.

 ▶김수열(김)=우선 장두정신을 꼽는다. 소장을 제출할 때 제일 앞서서 이름을 밝힌 그 사람이 장두다. 장두정신에 입각해서 이재수의 난이라는 명칭이 내려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린 이재수난이라고 하는 명칭보다는 신축항쟁으로 불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제주 민중들에게 가해졌던 문화적 폭력이 더 엄청났다. 그런 탄압에 대해서 제주도민들이 저항한다. 제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도민들의 항쟁이라는 관점에서. 또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포괄해서 전달할 수 있지 않나.

 ▶현요안(현)=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도민들의 자존감을 건들인 거다. 그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저항의 개념도 수용하지만, 감정적인 것들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표현이 신축교안이라는 표현이다.

 ▶김수열(김)=2003년도에 102주년을 맞아 천주교 측과 만나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나아가자는 거다. 사과, 화해하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명칭이 명확히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박찬식(사회자·박)=2003년 선언 이후 18년이 흘렀다. 미래선언의 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수열(김)=예전엔 '제주항쟁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을 썼다. 이제껏 '신축항쟁' 이라고 평행선을 그려왔던 사건에 대해 역사적·학문적 과제를 남기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측 입장에선 제주도민을 대표한 우리들은 봉건왕조의 압제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열하게 항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인들과 무고한 인명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신을 가지고 120주년을 준비하면 보다 더 밝은 미래가 이것보다 좀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한다. 또 100주년을 맞아 사과하고 미래선언을 했지만 후속 작업을 하지 못했다.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천주교 측에선 120주년을 미리 준비해왔다. 존경을 표한다. 준비가 되는 대로 천주교 측 사업과 공유할 건 공유하면서 논의하겠다. 3월 내로 준비위원회 발족 계획이 있다.

 ▶현요안(현)=반성도 하고 성숙하게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우선 5월 28일 한국교회사연구소와 천주교 제주교구가 함께 신축교안 120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다음 날엔 교민사회와 신도자와 함께 관덕정을 관통하는 순례행사도 진행할 거다. 다시 한번 신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될 것이고, 도민사회에도 사죄와 용서를 청할 것이다. 9월엔 하논 성당 터에서 화해의 탑 제막식도 열 거다.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우리 일상에 승화시키는 힘이 돼야 한다.

 ▶박찬식(사회자·박)=상호연대 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는 구성될 수 없는 건지?

 ▶김수열(김)=이럴 때마다 천주교 측하고 같이 논의를 하면서 가능하면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그게 바로 우리 100주년 때 했던 그런 시대정신이다.

 ▶현요안(현)=120주년을 맞으면서 말로만 용서를 청하고 화해의 뜻을 밝힐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죽음이 정말 의로운 죽음이고, 미래세대를 향한 가치 있는 죽음이고 희생이기 때문에. 황사평에 추모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 화해의 성당, 장묘문화, 그리고 추모공간 등 도민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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