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서귀포 개인전… 해체된 신문이 묻다

이지현 서귀포 개인전… 해체된 신문이 묻다
'드리밍 페이퍼' 3월 12일까지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신문지 파편처럼 만든 뒤 새롭고 낯선 오브제 제작
  • 입력 : 2021. 03.09(화) 17:1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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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021FE2411'(2021).

책을 읽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진을 볼 수 없다면, 옷을 입을 수 없게 된다면. 이지현 작가의 작업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익숙하게 여겼던 사물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렸고 그것을 시각예술로 풀어냈다.

이번에 그가 고른 소재는 신문(지)이다. 지금 여기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오래된 종이 매체를 가져와 잘게 뜯어낸 뒤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시켰다. 지난 6일부터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드리밍 페이퍼(Dreaming paper)'에 그 결과물이 담겼다.

이 작가가 바라보는 신문은 "하루하루 일어나는 우리 시대의 스토리이자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하지만 "사실이든 허구든 그 속에서 세상의 이야기에 공감해오며 살아왔다"는 작가의 말에선 때로 '팩트'가 흔들리는 오늘날 신문의 위상이 읽힌다.

그는 오늘이 지나면 '구문'이 되어버리는 신문을 조각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파편처럼 해체한 뒤 신문의 모양을 유지하는 작업을 행했다. 이때 광택이 있는 투명한 피막을 형성하는 도료인 바니시 등을 칠하고 얇은 와이어 구조물을 썼다. 작가가 신문 한 쪽을 해체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일가량이다. 그는 이 전시를 위해 100여 장의 신문지를 썼고, 입체 작품 25점을 제작했다.

이지현의 '021FE2412'(2021).

관람객들은 외양만 남아 열독이 어려운 신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신문이 없는 세상에 대한 아쉬움일까, 낯설지만 흥미로운 미적 예술품의 등장에 대한 반가움일까.

이 작가는 중앙대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횟수만 46회에 이른다. 2017년 제주도립미술관 '물때, 해녀의 시간', 2018년 4·3 70주년 동아시아 평화·인권전 등에 참여했다. 매일미술대전 대상(1995),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1996), 인사미술제 인사미술 대상(2007) 등을 수상했다. 현재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로 제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이달 12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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