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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한라칼럼] 4·3은 여전히 지연된 정의다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21. 03.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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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법 제정 21년 만이다. 사건 발생으로 치면 73년 만에 제주4·3특별법 전면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바람만 불어도 눈물 나는 봄이었다. 애기동백꽃만 보아도 아픔과 서러움, 원통함이 북받쳐 올랐던 봄날이었다. 저마다의 가슴에 가늠하기조차 힘든 응어리를 간직한 채 살았던 세월이다. 이제 그 아픈 세월이 가고 봄이 오려한다.

지난 4·3 70주년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통곡의 세월을 간직한 제주에서 '이 땅에 봄은 있느냐?' 여러분은 70년 동안 물었습니다"하면서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그 후 3년 만에 그토록 바랐던 특별법이 개정됐고, 제주에 봄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른 봄이다. 원통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와 가족의 억울함, 73년 아픈 세월이 돈을 얼마 받는 길이 열렸다고 해서 한순간에 풀릴 수 있는 일인가. 혈육을 잃은데 대한 배보상이 결정됐다고 해서 마냥 기뻐만할 유족들이 얼마나 있을까. 과연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는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것에 다름 아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의 부정'(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이나 마찬가지라는 서양 법언이 있다. 그럼에도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게 현실이다. 비록 70여년 세월이 흘렀을지라도. 세월이 흐른만큼 그 과정은 진통이 따를 것이다. 때로는 역사의 후퇴, 백래시(backlash)도 우려된다. 4·3특별법이 처음 제정 이후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4·3특별법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1999년 12월 16일 국회를 통과하고 2000년 1월 제정 공포됐다. 당시 여대야소 탓에 특별법 제정 과정은 힘들고 험난했다. 범여 의석이 180석에 육박하는 지금 21대 국회에서도 특별법 통과가 힘든 것을 보면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 발생 50여년 만에 이뤄진 4·3특별법 제정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법적, 제도적 전기가 됐다.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 채택과 국가 공권력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등이 뒤따르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반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제동을 걸었다. 4·3은 국가추념일 지정 이외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20년 세월을 흘려보내야 했다.

4·3특별법 국회 통과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기나긴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바라는 유족과 도민사회의 바람은 비로소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억울한 희생과 감옥살이에 대한 배보상은 비극적인 4·3에서 인권회복과 명예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가치이자, 국가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조치다.

이제 진정으로 사월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더욱 다져야 한다. 배보상 등은 앞으로 세부안 등이 드러날 것이다. 추가 진상조사의 주체·방법, 수형인 재심 문제. 4·3사건의 정명 등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유족과 도민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돼 4·3의 완전한 해결의 전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다시 발목 잡히고,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그래야 지연된 정의가 비로소 실현될 길이 열린다. <이 윤 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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