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염병 전문병원 세 번째 도전 가시밭길

제주 감염병 전문병원 세 번째 도전 가시밭길
질병관리청 올해 설립 후보 지역 더 늘리기로
2파전서 최소 4파전… 평가 기준도 불리할 듯
  • 입력 : 2021. 02.16(화) 18:29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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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제주도의 세 번째 도전이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발표된 용역 보고서대로라면 올해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경쟁은 제주와 인천 등 2파전으로 치러야 하지만, 정부가 이 용역 결과를 뒤집고 설립 후보 지역을 더 늘리기로 하면서 경쟁 지자체도 덩달아 많아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용역 보고서에 제시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권역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 설치 지역을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말한 보고서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 이후 2016년 발표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개발 용역보고서'를 뜻한다.

보고서를 보면 제주를 비롯해 인천, 중앙·중부, 영남, 호남 등 5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2017년 호남, 2020년 중부·영남 등 3개 권역의 의료기관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차례로 지정했다. 정부는 최근 권역선정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이르면 오는 3월쯤 네 번째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감염병 전문 병원은 독립적인 감염병 병동을 운영하며 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으로, 권역 내 환자 배정과 전원 업무도 맡는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1곳당 409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 음압격리병동(일반 병상 30개·중환자 병상 6개)과 읍압수술실, 교육훈련센터를 갖추게 된다.

당초 질병청은 제주와 인천 등 나머지 2개 권역에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두 지역 실시설계비로 각각 23억원씩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 심의를 넘지 못했다. 그해 초 제주 권역 설계비가 국회 추경심사에서 전액 삭감된 데 이어 두 번째 도전마저도 무산된 것이다.

대신 국회는 권역을 특정하지 않은채 1곳 설립에 필요한 설계비 23억원만 올해 예산에 반영했다. 따라서 올해는 이 23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제주와 인천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질병청이 올해 네 번째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후보 지역에 제주와 인천을 포함해 강원과 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 경북과 대구를 아우르는 대구·경북 권역을 추기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며 설립을 원하는 지자체가 늘어난 탓이다.

질병청이 구상한 평가 기준도 제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최근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치료한 의료기관을 우선 선정하는 방식의 평가 기준을 만들어 각 지자체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기준 인구 10만명 당 코로나19 발생률은 제주가 81명으로 대구 348명, 경기 163명, 인천 141명, 경북 116명, 강원 115명 등 경쟁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코로나 환자 치료 실적 평가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치료 실적만 따진다면 제주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며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권역 전문병원에 전원할 수 없다. 이런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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