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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감정에 생명의 땅 향한 여성의 연대
제주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이여도사나-생명편’ 열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1.2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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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이여도사나-생명편'. 유튜브 화면 캡처.

색의 대비·무대 영상 보완
레퍼토리화 작품으로 준비

그것은 생명의 땅을 향한 여성들의 연대였다. 지난 2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 올려진 제주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이여도사나-생명편'이다.

지난해 기획공연으로 초연한 '이여도사나'를 보완한 이날 무대는 무용단 레퍼토리화 작업으로 준비됐다. 김혜림의 안무로 1시간여에 걸쳐 2060년 가상의 불라국에서 고을나 등 자유 의지를 빼앗긴 사람들이 해녀 삼승에게 매혹당한 뒤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전작과 달리 집 모양 세트를 없애 좌우, 가운데 벽면에 무대 영상을 비추며 시각적 화려함을 더했다. 라이브 음악도 이번엔 빠졌다. 대신에 연주단이 자리했던 무대 2층은 학살을 지시하는 지배자 억심관의 독무 공간으로 쓰였다. 기울어진 형상의 그 공간은 사람을 살리는 삼승의 파란 색과 대비되는 핏빛 붉은 색으로 설치됐다.

여성으로 그려진 고을나와 삼승의 만남, 테왁을 닮은 북을 잉태하고 낳으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불라국 여성들은 그 역할이 커진 모습이었다. 단원들이 감정선을 한층 잘 살린 결과다. 초연에선 일부 남성 무용수도 테왁을 낳았지만 이날은 그 대목을 여성 무용수만으로 채웠다. 초연에 없던 산파 역은 남성 무용수가 여성 노인으로 분장해 연기했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에 출렁거린 물은 제주 여성의 고된 노동을 상징하는 해녀가 사는 바다이면서, 우리의 생명수이면서,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 등 겹겹의 의미로 또 한 번 울림을 줬다. 다만, 말미에 무대 천장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진 하얀 공은 사족 같았다. 하늘이 아닌 땅(바다)의 생명력에 집중해온 작품이지 않은가.

무용극의 배경으로 설정한 40년 후 제주를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 점은 각종 개발 이슈로 뜨거운 지금 제주의 현실과 동떨어져 보였다. 소재의 활용을 넘어 제주의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는 노력은 도립무용단에 주어진 과제다. 한국무용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도립무용단의 무대는 세련되어지고 있으나 그것이 곧 작품의 질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테왁, 물구덕, 물소중이를 빼면 제주지역 무용단의 작품인 줄 모르겠다는 어느 무용인의 관극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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