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데스크] 신박한 정리

[조상윤의 데스크] 신박한 정리
  • 입력 : 2020. 11.27(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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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TV와 접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TV프로그램 중 '신박한 정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출연진이 의뢰인의 집에 찾아가 물건을 정리하고 행복을 채우는 노하우를 전하며 힐링을 선사하는 집구석 카운슬링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고 있다. 또 얼마전 막을 내린 TV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편에서는 ‘신박기획’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신박’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디시인사이드 WOW 갤러리의 기사드립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유행하는 기사드립으로 인해 와갤 내에서 금지어가 된 문자 기를 박으로 치환하던 암묵의 룰에 따라 ‘신기하다’라는 말을 ‘신박하다’로 바꿔 쓰던 것이 퍼진 것이다. 현재는 단순히 ‘신기하고 뭔가 새롭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신박하다’는 단어를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다이내믹한 곳으로 전 세계에서 유명하다. 남북대치 상황, IT 강국, K팝 등에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리 정치권의 신박함은 두말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다만 전자의 신박함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의 대결양상은 공무원들의 공직기강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전개되고 있다. 검찰내부에서는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예전에 없었던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여야 정치권의 전쟁(?)통에 신공항문제가 불거졌다. 김해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뉴스의 중심에 서며 또 한차례 광풍이 불었다. 해당 지역은 물론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을 향한 전초전이어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로인해 공항문제가 핫이슈가 됐다. 덧붙이자면 오는 2025년 문을 열 예정인 울릉도 공항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16개의 공항이 운영된다.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까지 포함하면 18개의 공항이 있게 된다.

가덕도신공항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발의했다. 모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동남권신공항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 속에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도의회가 나서 갈등해소를 위해 애는 쓰고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양분된 도민사회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정치력의 부재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 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고속철 문제까지 재등장했다. 전문가 합동 토론회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리기도 했다. 돈만 있으면 공항도 만들고, 해저터널도 뚫고해서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TV시청자(국민)들은 신박한 내용(정책)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자(정치인, 관료)들은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V속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요즘 ‘신박한 정리’가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기인 듯 싶다. <조상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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